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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트렌드 | 한경우의 케이스 스터디
PBR과 영업이익 성장률의 누적 수익률 30% 이상 ROE는 코스피에 못 미쳤지만…폭락장에서 가장 덜 빠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식투자를 본격적으로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초반에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수익률(ROE) 등과 같은 투자지표를 접하게 됩니다. 주가와 재무지표를 비교한 주가배수(밸류에이션)지표는 수치가 작을수록, 안정성지표를 제외한 재무지표는 수치가 클수록 매력적으로 평가될 때가 많죠.
문제는 여러 지표를 활용하려고 할 때입니다. 개별 종목별로 투자지표의 수치만 보고 평가하기 어려울 때가 많고, 어떤 지표에 무게를 둬야 할지도 애매합니다.
한경 마켓PRO는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투자자들이 가장 자주 접하는 투자지표인 PER, PBR, ROE, 영업이익 성장률이 각각 우수한 종목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계산해봤습니다. 각 지표별로 상위 30개 종목을 연간 실적발표가 마무리된 직후인 4월1일에 동일비중으로 매수해 이듬해 3월31일에 매도하는 전략입니다. 기간은 2018년부터 최근 5년에 더해 2023년 4월1일에 구성한 포트폴리오의 5월18일까지의 수익률도 더했습니다.
망할 위험이 있는 기업을 피하기 위해 자본 대비 부채가 얼마나 많은지를 가늠하는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기업은 종목 선정에서 제외했습니다. 수익률 계산을 보수적으로 하기 위해 보유 기간 중 거래가 정지된 종목은 상장폐지된 것으로 간주해 수익률을 –100%로 설정했습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변동성 큰 기간엔 부진했던 PBR…누적 수익률은 가장 높아
계산 기간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해준 투자지표는 PBR입니다. 5년 남짓 기간동안 누적수익률은 38.62%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의 등락률 5.49%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기간별로 따지면 2018년, 2021년, 2022년에 4월1일에 PBR이 낮은 순서대로 30개 종목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4개 지표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올해 4월1일에 구성해 한달 반 정도 유지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도 가장 앞서 있고요.
대신 주가가 급변하는 시기에는 가장 부진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사태로 인해 주식시장이 붕괴된 직후인 2020년 3월31일에 매도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39.28%로, 붕괴된 직후 가파른 회복 구간이 포함된 2020년 4월1일 매수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78.20%로 각각 계산됩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특히 팬데믹 기간이 포함된 2019년 4월1일에 구성한 포트폴리오에서는 거래정지로 투자금을 날린 것으로 계산한 종목이 이스트아시아(PBR 0.13배), 차이나그레이(0.08배), 에스엔씨엔진그룹(0.15배) 등 3개였습니다.
1년 동안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대성홀딩스 하나였습니다. 대성홀딩스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사태를 만든 신종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종목으로, 2020년 초부터 주가가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또 2022년 4월1일에 구성한 포트폴리오도 삼천리(수익률 383.57%), 세방(294.85%) 등 신종 주가조작을 주도한 라덕연 일당이 찍은 종목들이 수익률을 끌어 올렸습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이처럼 PBR이 낮다고 무조건 싼 기업으로 보면 안 됩니다. 시가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인 PBR이 1배 미만이면 ‘청산가치보다 싸다’고 평가되지만, 시장에는 ‘싼 데는 이유가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망할 위험이 없는 기업들 중에서도 장기적으로 PBR이 1배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전까지의 철강주들이 대표적입니다. 중국의 철강재 과잉 공급에 시달린 포스코(POSCO홀딩스)와 현대제철 등 대형주들도 오랜 기간동안 PBR이 1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성장할 여지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익 성장 지표, 패닉 이후 회복장에서 2배 수익률
‘주가는 성장 기대감을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성장성 지표인 영업이익 성장률 상위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전략의 누적수익률이 34.37%로, PBR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올해 4월1일에 구성한 포트폴리오를 뺀, 수익을 실현한 포트폴리오만 따지면 30.12%로 PBR(26.17%)보다 높고요.
코스피지수가 81.64% 급등한 2020년 4월1일~2021년 3월31일 기간 동안의 수익률은 104.79%에 달합니다. 세종텔레콤(수익률 282.78%), 세종공업(203.36%), 수산중공업(262.90%), 대한제강(248.28%) 등 네 개 종목의 주가가 3배 이상으로 올랐고,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파미셀 하나뿐이었던 덕입니다. 같은 기간 다른 지표를 종목 선정 기준으로 설정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모두 90% 미만에 그쳤습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팬데믹 충격이 오기 바로 전 약세장 기간 동안이 투자기간이었던 2018년 4월1일 구성 포트폴리오의 손실이 가장 적었던 지표도 영업이익 성장률이었습니다. 코스피가 12.48% 하락한 2018년 4월1일~2019년 3월31일의 기간 동안 유지한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4.34%입니다.
5년 누적으로 코스피에 진 ROE, 폭락장에선 돋보여
주가를 수익성과 비교한 밸류에이션 지표인 PER은 누적수익률이 8.03%로 코스피(5.49%)를 크게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자기자본 대비 수익성 지표인 ROE는 누적수익률이 0.01%로 코스피에 못 미쳤고요. 올해 들어선 이후의 강세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올해 4월 들어선 이후 코스피가 1.56% 오르는 동안 PER로 종목을 선정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0.77%에 그쳤고, ROE는 되려 6.77% 하락했습니다. 작년 연간 재무제표 기준 ROE가 높은 순서대로 30개 종목을 선정한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토마토시스템과 휴마시스가 각각 45%대 낙폭을 기록 중입니다.
ROE의 맹점은 경영진이 의도를 가지고 높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당기순이익이나 영업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입니다. 한국에서는 드문 일이지만, 무리한 주주환원을 통해 자본을 줄이면 회사의 이익은 그대로여도 ROE는 높아집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대신 팬데믹으로 인한 폭락장을 거친 2019년 4월1일에 구성한 포트폴리오의 손실 폭은 15.09%로, 4개 지표 중 유일하게 코스피(-19.08%)보다 나았습니다. 수익 기반이 탄탄하면 기업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