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에어비앤비 최고전략책임자가 공유숙박 활성화를 위해선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제공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에어비앤비 최고전략책임자가 공유숙박 활성화를 위해선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제공
“해외 관광객 3000만 명이 찾는 서울을 위해서는 공유숙박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최고전략책임자(CSO)는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20개국에서 누적 방문객 14억 명을 기록한 에어비앤비가 한류 관광을 강화하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데 ‘파트너’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블레차르지크 CSO는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2008년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시작했다. 12세 때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혀서 번 돈으로 대학(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 등록금을 마련한 천재로 이름난 인물이다.

그는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일부 공간을 ‘K-팝 스타 엔하이픈의 방’으로 꾸며 오는 9월 4~5일 1박2일간 머물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 ‘서울에서의 하룻밤’을 위해 방한했다. 단 한 팀(2명)만 단돈 14달러(DDP 14주년을 의미)에 머물 수 있는 상징적인 프로젝트다.

“한국 문화(K컬처)가 전 세계에서 들불처럼 퍼져나가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블레차르지크 CSO는 “지난 1년 동안 개인실 예약 증가율이 전 세계 최고를 기록한 곳이 ‘서울 마포구’였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은 반짝 인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트렌드이며, 우리는 그 점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고 했다. “에어비앤비에 새로 생긴 ‘한옥’ 카테고리에서 북촌(서울 운니동) 한옥을 골라 묵고 있다”는 그는 “에어비앤비는 한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진짜(authentic)’ 경험을 깊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해외 관광객 3000만 명’ 목표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블레차르지크 CSO는 “호텔과 같은 숙박 시설로는 이런 관광객을 감당할 수 없다”며 “주변 지역, 도시 구석구석에서 공유숙박 서비스를 제공해야 수요를 맞출 수 있고 관광객의 만족도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규제다. 그의 이번 방한 이유 중 하나도 ‘규제 완화 요청’이다. 그는 이날 오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공유숙박 규제가 너무 강하다”고 했다. 오 시장도 관광 분야 규제가 강하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전하며 블레차르지크 CSO는 “다른 나라에는 흔하지 않은 규제가 한국에 많다”며 “규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균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농어촌, 한옥을 제외한 외국인 대상 에어비앤비 민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내수시장이 우선 활성화돼야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할 숙소도 더 많이 마련할 수 있다. 관련법(관광진흥법) 개정안은 6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에어비앤비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근거 법이 마련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레차르지크 CSO는 규제 완화를 통해 공유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자가 국내에서 더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글로벌 게스트를 한국에 유입하는 것은 에어비앤비가 할 수 있는 독특한 역할이고, 공유숙박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에어비앤비가 시장에 추가했듯이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시장 자체의 파이가 커지는 것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최해련/이상은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