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통령 선거가 오는 28일 결선투표로 최종 승자를 가리게 된 가운데 금융시장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의 집권 연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득표율 3위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튀르키예의 경제난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면서 주식·채권·리라화 가치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인 BIST100은 6.1% 하락하며 2월 초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튀르키예 주요 은행업종 지수는 에르도안의 저금리 정책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9.6% 폭락했다.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19.67리라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사상 최저치다. 튀르키예의 달러 표시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는 1.41%포인트 상승한 6.34%포인트로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튀르키예 회사채 가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에르도안의 재임 실패 전망에 튀르키예 증시는 상승했다. 주요 은행 지수는 26%나 폭등했다. 하지만 실제 투표 결과가 공개된 후 시장이 폭락세로 돌아섰다. 14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모든 후보가 50%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49.51%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댄 우드 윌리엄블레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금까지 시장 반응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결선 투표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가 점쳐지는 건 득표율 5.17%로 캐스팅보트를 쥔 오안 대표가 그를 지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오안 대표는 결과 발표 후 인터뷰에서 “야당 연합은 튀르키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유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며 “야권 연합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가 친쿠르드 정당에 양보하지 않겠다고 동의하는 경우에만 그를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탄불에 있는 코크대의 무라트 소머 정치학과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안은 1~2위 후보에 대해 모두 비판적이지만 선거 결과가 에르도안과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에 유리했다”며 “클르츠다로을루는 AKP가 장악한 의회를 안정적으로 통치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오안의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실제로 재임에 성공한다면 튀르키예의 경제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 동안 리라화 가치가 50% 절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