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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트렌드

이화그룹株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또다시 거래정지
새로운 제보 때문이라는 한국거래소…주주들 번복된 조치로 피해 주장
시장에선 김영준 전 회장 관련 제보로 추측, 거래정지 제도 재정비 지적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경 DB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경 DB
이화그룹 계열사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거래정지 조치를 두고 피해를 호소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거래재개와 함께 급등하던 이아이디 등 일부 이화그룹 계열사들은 24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또다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거래정지 조치가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12일 오후 2시22분께 ‘사실상 업무집행지시자의 대규모 횡령·배임 혐의설의 사실 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한 직후 이화전기의 주식 거래를 다시 정지시켰다. 계열사인 이아이디, 이트론의 주식 거래도 중단됐다.

거래정지 직전 이아이디와 이트론 주가는 각각 20.52%, 29.67% 급등했다. 이화전기 주가도 이날 16.75% 올랐다. 이화전기와 이아이디는 거래정지가 풀린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장중에 거래정지가 됐다. 이트론의 경우 지난 10일 거래 재개된 이후 이틀 만에 다시 주식 거래가 멈췄다.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반복된 거래정지 조치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이럴 거면 거래정지를 왜 풀어줬냐는 논리를 내세운다. 한 개인 투자자인 A씨는 "매매 정지를 유지했다면 이화그룹주의 주식을 살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 거래소의 거래재개 결정은 거래정지 사유가 해소됐다는 의미인데, 거래정지를 번복하면서 투자금이 전부 묶이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한국거래소 측은 우선 이화그룹의 거래재개 결정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재개를 결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거래정지 조처를 한 것은 이화그룹과 관련한 새로운 제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처음 이화그룹에 거래정지 조치와 함께 조회공시를 요구한 것은 김성규 이화그룹 총괄대표의 횡령·배임 조사설 때문인데, 회사 측 공시를 통해 거래정지 사유가 해소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화그룹 측이 공시한 김성규 총괄대표의 횡령 금액은 8억원 수준이다. 이는 거래정지 유지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판단 기준에는 미달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횡령·배임금액이 자기자본의 100분의 5(대규모법인의 경우 1000분의 25) 이상인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판단 기준에 해당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화그룹주에 대해 다시 거래정지 조치를 취한 것은 신빙성이 있는 새로운 거래정지 사유가 제보됐기 때문"이라며 "제보에 대한 내용은 규정상 밝히긴 힘들지만, 향후 이화그룹 측이 공시를 통해 해명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과 관련된 제보일 것으로 추측한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11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따란 이화전기를 비롯해 이아이디, 이트론은 김 전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줄줄이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과거에도 횡령·배임을 저지른 김 전 회장이 이화전기와 이아이디 등 이화그룹 계열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매매거래정지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진행에 이의가 없다는 확약서를 거래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의 주권 매매 거래정지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단 비판은 피해 가긴 어려워 보인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거래소의 거래정지 제도가 자칫 투자자들의 피해를 더 키울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과거 세우글로벌의 거래정지 사고와 유사한데, 당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내린 거래정지 조치가 6분 늦게 이뤄지며 거래가 제때 멈추지 않았던 탓에 신규로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봤다"면서 "당시에도 거래소는 원칙적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거래정지와 관련해 상황별 원칙이나 상장사의 공시를 크로스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