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가격·재무상황·자구안 이행 등 변수…국민 부담도 고려
한전·가스공사, 요금 인상에도 적자 구조
전기·가스요금 연내 또 오르나…정부 "종합적 검토"
정부가 15일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8원 올리기로 해 전기 사용이 늘어나는 여름철을 앞두고 가계와 기업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게 됐다.

지난 1분기에 kWh당 13.1원이 이미 오른 점을 감안하면 올해만 전기요금이 kWh당 21.1원 올랐다.

가스요금도 MJ(메가줄)당 1.04원 오르면서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날 "에너지 공급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재무 위기에 처한 한전과 가스공사는 이번 요금 인상으로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전력혁신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에 전기요금 인상은 일정 정도 영업수지 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올해 적자를 2조6천억원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전은 지난 12일 25조7천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한 상태다.

즉 전기요금 인상과 고강도 자구안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일정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하지만 전력 구입단가가 판매단가보다 높은 '역마진' 구조는 여전하다.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요금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경영 정상화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한전은 2021년 5조8천억원, 2022년 32조6천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조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는 작년 말 기준 192조8천억원에 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1분기 kWh당 13.1원의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졌지만, 이 기간 kWh당 전력 구입단가와 판매단가는 각각 174.0원, 146.6원으로 여전히 역마진은 kWh당 27.4원에 달한다.

전기요금을 좌우하는 국제 연료 가격은 작년 정점을 찍고 점차 안정화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높다.

액화천연가스(LNG) 아시아 시장 가격은 MMBtu(열량 단위)당 2022년 34달러에서 올해 들어 14.9달러로 내렸지만, 여전히 2020년의 3.4배에 달한다.

가스공사 역시 이번 가스요금 인상에도 '수익을 내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스공사는 "최근 가스공사 미수금이 급증하고 재무 상황이 악화돼 가스요금 인상 요인을 일부 요금에 반영했다"면서 이번 인상에도 사실상 적자 구조가 해소되지 못할 것임을 시사했다.

가스공사의 올 1분기 말 기준 도시가스용 미수금은 11조6천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조원이 증가했다.

1분기 기준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640%로, 작년 동기보다 137%포인트 상승했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전기요금·가스요금의 추가 인상 요인은 상존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가계와 기업이 체감하는 부담, 국민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이번 인상으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민감한 이슈인 만큼 여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호현 정책관은 전기요금·가스요금의 연내 추가 인상 계획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예단하지 않고 있다"며 "국제 에너지 가격 동향,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동시에 한전과 가스공사의 자구노력 이행 등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