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폴트 우려에 中 경제회복 난망…이틀째 하락해 7일만에 최저[오늘의 유가]
11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하락했다. 미국에서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중국에서도 은행 대출이 위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증폭된 탓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 가격은 전일보다 1.69달러(2.3%) 내린 배럴당 70.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브렌트유 7월물도 전장보다 1.43달러(1.9%) 하락한 배럴당 74.98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두 선물 가격은 2거래일째 하락세를 지속해 지난 4일 이후 일주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美 디폴트 우려에 中 경제회복 난망…이틀째 하락해 7일만에 최저[오늘의 유가]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시한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를 비롯한 민주당과 공화당 간 이견은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양당 간 합의 시한을 내달 1일로 못박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여야 지도부와 회동했지만, 어떠한 합의점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미국의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만큼, 미 경제 상황은 원유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통상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 때 석유 수요는 줄어들어 국제유가에 하방 압력이 가해진다.

원유 거래 자문업체 리터부시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부채 한도와 관련한 불확실성과 더불어 강한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점은 석유 시장에 중대한 장애물”이라면서 “최근의 은행 위기는 석유 산업 대부분에 걸쳐 신용경색을 유발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재계 주요 인사들의 관련 발언이 쏟아지면서 시장에는 혼란이 더해졌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미국의 디폴트가 “시장에 패닉(공황)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디폴트가 현실화할 경우 미 전역에 ‘실업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연방정부 직원 비율이 큰 워싱턴DC는 10만개당 4133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美 디폴트 우려에 中 경제회복 난망…이틀째 하락해 7일만에 최저[오늘의 유가]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무 일도 아닐 수 있다”며 디폴트 우려를 경시했다. 그는 이날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바이든 행정부가 정부 지출을 대규모로 삭감하지 않는다면, 디폴트에 빠지도록 놔둬야 한다”며 “민주당은 마치 술 취한 선원들처럼 정부 예산을 펑펑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물가 지표는 금리 동결 기대감을 키웠다. 미 노동부는 지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계절 조정 기준)가 전년 동월보다 2.3% 올랐다고 밝혔다. 2021년 1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 상승률이다. 지난주(4월30일~5월6일) 미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2021년 10월 이후 최대치인 26만4000건으로 집계되면서 노동시장 둔화 신호가 감지됐다.

그러나 유례없는 금리 인상에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 석유 수요에는 여전히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강(强)달러는 원유 수입국의 비용 부담을 키워 수요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더해 중국의 위안화 대출 규모가 급감하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제 회복 가능성에 물음표를 더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중국 은행권의 지난 4월 한 달 신규 대출 규모가 7188억위안으로, 3월(3조8900억위안)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예상치인 1억3300억위안도 밑돌았다.

미 외환 트레이딩 업체 오안다(OANDA)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관련 실망스러운 수치가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다”며 “이는 유가 하락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중국의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 81만배럴로 상향조정하면서 중국 경제 상황을 낙관했다. 기존 예측치는 하루 76만배럴이었다. 다만 OPEC은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 등 부정적 요인으로 중국 수요 증가에 따른 효과는 상쇄될 수 있다”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