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키보다 큰 화폭으로 대형 회화 매력 알린 강운·홍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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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전쟁기념관 강운·홍순명 2인전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수 미터(m) 이상의 대형 회화에는 두 가지 매력이 있다. 일단 압도적인 크기로 시선을 단숨에 잡아끈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크기가 큰 만큼 부분부분을 뜯어보며 작품을 여러 각도로 즐길 수 있다는 것.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2023 호반미술상 수상자 강운·홍순명 2인전'은 이런 대형 회화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전시다. 호반미술상은 호반문화재단이 중견·원로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만든 상이다. 강 작가와 홍 작가가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강 작가의 구름 대작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뭉게뭉게 핀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순간을 높이 3m, 너비 2m가 넘는 거대한 캔버스에 실감나게 담아냈다. 멀리서 봤을 땐 청명한 하늘의 색감에, 가까이서 봤을 땐 구름을 표현해낸 섬세한 기법에 감탄하게 된다. 구름이 가득한 첫 전시장을 지나고 나면 강 작가의 최근작인 '마음산책' 시리즈가 나온다. 역시 수m가 넘는 대작이다. 언뜻 보면 단색화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터운 질감 너머로 무언가 쓴 후 지운 자국이 역력하다. 실제 작업과정이 그랬다. 9년 전 아내와 사별한 강 작가는 사랑, 이별, 죽음 등 주변에게도 말 못할 이야기를 캔버스에 글로 적었다. 그리고 그 위를 여러 색으로 다시 덮었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며 두텁게 질감을 쌓는 작업은 강 작가에게 내면의 상처를 끌어내어 마주하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다음 전시장에 있는 홍 작가의 '사이드스케이프'(sidescape) 연작 역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특이한 점은 폭 50~60㎝의 작은 캔버스 여러 개가 모여 6~8m의 거대한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 테러, 홍수, 산불 등 각종 재난의 풍경을 100여 개의 조각으로 쪼개서 색, 질감, 붓터치 등 순수한 회화적 감각만 남기는 홍 작가만의 방식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이런 재난의 풍경을 그릴 때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초점을 맞춰서 그린다는 것이다.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연기로 가득찬 하늘의 일부분, 화염으로 뒤덮인 호주 산모퉁이 등 주변부를 통해 '전체와 부분'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깬다.
이런 대작 뒤에는 회화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있었다. 손바닥 크기만한 작은 캔버스에 연습 삼아 그린 수백 여 점의 그림에서 홍 작가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5월 14일까지 열린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2023 호반미술상 수상자 강운·홍순명 2인전'은 이런 대형 회화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전시다. 호반미술상은 호반문화재단이 중견·원로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만든 상이다. 강 작가와 홍 작가가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강 작가의 구름 대작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뭉게뭉게 핀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순간을 높이 3m, 너비 2m가 넘는 거대한 캔버스에 실감나게 담아냈다. 멀리서 봤을 땐 청명한 하늘의 색감에, 가까이서 봤을 땐 구름을 표현해낸 섬세한 기법에 감탄하게 된다. 구름이 가득한 첫 전시장을 지나고 나면 강 작가의 최근작인 '마음산책' 시리즈가 나온다. 역시 수m가 넘는 대작이다. 언뜻 보면 단색화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터운 질감 너머로 무언가 쓴 후 지운 자국이 역력하다. 실제 작업과정이 그랬다. 9년 전 아내와 사별한 강 작가는 사랑, 이별, 죽음 등 주변에게도 말 못할 이야기를 캔버스에 글로 적었다. 그리고 그 위를 여러 색으로 다시 덮었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며 두텁게 질감을 쌓는 작업은 강 작가에게 내면의 상처를 끌어내어 마주하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다음 전시장에 있는 홍 작가의 '사이드스케이프'(sidescape) 연작 역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특이한 점은 폭 50~60㎝의 작은 캔버스 여러 개가 모여 6~8m의 거대한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 테러, 홍수, 산불 등 각종 재난의 풍경을 100여 개의 조각으로 쪼개서 색, 질감, 붓터치 등 순수한 회화적 감각만 남기는 홍 작가만의 방식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이런 재난의 풍경을 그릴 때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초점을 맞춰서 그린다는 것이다.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연기로 가득찬 하늘의 일부분, 화염으로 뒤덮인 호주 산모퉁이 등 주변부를 통해 '전체와 부분'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깬다.
이런 대작 뒤에는 회화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있었다. 손바닥 크기만한 작은 캔버스에 연습 삼아 그린 수백 여 점의 그림에서 홍 작가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5월 14일까지 열린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