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랜드마크vs랜드마크] 용산청사와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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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랜드마크vs랜드마크] 용산청사와 청와대](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07.32521501.1.jpg)
풍수지리상 명당 터로 자리 잡은 북악산 능선에 들어섰으며, 한성의 중앙 북측에 자리한 조선시대 왕궁의 의미가 청와대 위치에 반영돼 있다. 북측에 높은 산을 두고 서울의 중앙 북쪽 편에 위치하며 도시를 껴안는 구조다. 자연스레 지형, 위치에서 오는 관습적 위계질서가 느껴진다.
그러나 용산은 사대문을 벗어난 남산의 바깥이다. 한강과 강남을 생각하면 서울 중심이지만, 이보다는 여의도의 국회의사당, 서초동의 법원단지와 더 가깝게 배치됐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위치상 입법, 사법, 행정, 세 권력의 균등 분할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새로운 용산청사가 국회, 법원과 3각 구도를 이루며 한강과 용산공원, 중앙박물관이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내고 서울의 도시구조를 새롭게 조정해 나간다면, 우리도 서울을 풍수지리의 과거 전통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인지적 사고로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용산청사, 입법·사법·행정 균등 분할

또 10층의 용산청사는 2층의 청와대와는 달리 높은 전망을 갖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면 청와대는 높은 지형에 위치하면서 서울의 중심부를 내려다보는 땅에 붙은 묵직한 느낌의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고, 용산청사는 비록 높고 멀리 보기는 하지만 허공에 뜬 상태의 전망이므로 가벼운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관습적 위계질서 느껴지는 청와대

한편 청와대는 가식적이지만 한옥이라는 한국의 전통성을 구조와 장식에 반영함으로써 대통령이 한국인의 자부심과 문화를 등에 업고 그 정체성을 지키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반면 용산청사는 일반 건물이기 때문에 국정의 근간에서 보이지 않게 작동돼야 하는 한국인의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어떻게 표출해낼지, 그 숙제를 안고 있다.
두 건물이 다른 의미를 발산하지만 조직 구조와 일하는 방식이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대통령실로서 용산청사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이 하는 일이나 의사결정의 내용, 과정은 건축물의 위치나 건축적 공간, 형태 구성에 의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 총리인 처칠이 얘기했듯 “사람은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사람을 만든다”는 명제가 전혀 틀린 것이 아니라면, 대통령 집무공간의 건축적 모습은 대통령뿐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다.
이제 잠재력이 큰 용산공원에서 미래로 나아갈 새로운 도시 건축공간을 창출할 기회를 갖게 됐다. 대통령이 ‘일하는 방식의 새로운 변화’라는 비전을 심어주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용산청사가 국민에게 자부심을 줄 새 청사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이재훈 단국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