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추격 피해 달아나던 음주 차량에 치인 50대 택시기사 숨져
'내 집 마련' 성공 한 달도 안 돼 참변…"평생을 일만 하시다가"

"5번이나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사람이 어떻게 또 운전대를 잡을 수가 있죠?"
4일 새벽 경기 광주에서 음주 역주행 차량에 부딪혀 숨진 50대 택시 기사의 아들 최모(31) 씨는 허탈한 표정으로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글피 집들이하기로 했는데…" 음주 역주행 피해자 유족 '울분'
최씨의 아버지는 이날 0시 50분께 광주시 역동의 한 왕복 4차로 도로에서 승객을 태우고 운전하던 중 만취 상태로 경찰 추격을 피해 역주행하던 40대 A씨의 차량과 충돌,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날 오후 빈소가 마련된 성남시 장례식장에서 만난 최씨는 "새벽 2시 넘어서 동생에게 아버지가 음주운전 차량에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숨진 아버지 모습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 믿을 수 없는 건 가해자의 음주운전 전력이 5번이나 된다는 것"이라며 "제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꼭 좀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일평생 일만 하다가 가신 것 같다"며 "며칠 전에 제가 생일이었는데 이번 주말에 만나서 밥 먹기로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십수 년째 택시를 운전한 아버지는 두 자녀의 가장이자, 본인 역시 삼 남매 중 장남으로서 집안을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최근엔 생애 처음으로 광주시의 한 빌라 4층 주택을 매입,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도 했다.

다가오는 휴일(7일)엔 친한 동료들과 가족들을 초대해 집들이할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고 한다.

빈소를 찾은 고인의 동료 택시 기사는 "처음으로 집을 마련한 지가 한 달도 안 됐고, 집 이야기를 할 때마다 너무 흐뭇해하고 좋아하셨다.

휴일에 파티하려고 집 옥상에 미리 천막도 쳐 두고 하셨는데…"라며 침통해 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어제 오전 7시 반부터 일을 시작하셨는데, 밤에 퇴근하시려고 집 근처로 가는 승객을 마지막으로 태워 가다가 사고를 당한 것 같다"며 "늘 성실하고 마음 따뜻한, 한결같은 형님이었다"고 회상했다.

한편 이날 오전 광주시 역동에서 A씨가 만취 상태에서 자신의 팰리세이드 차량으로 역주행하다가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글피 집들이하기로 했는데…" 음주 역주행 피해자 유족 '울분'
이 사고로 택시 기사 최씨가 숨지고 승객 40대 B씨가 양팔이 부러지는 등의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A씨가 최초 경찰관이 출동한 역동사거리에서 사고 지점인 모 아파트 앞 왕복 4차로 도로까지 2㎞를 도주하면서 500m가량을 역주행했고, 그 결과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은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