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사진 공공장소에 부착하는 프로젝트 소개
도시의 벽을 전시장으로…거리예술가 제이알, 롯데뮤지엄 개인전
"저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갤러리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도시의 벽들이죠."
프랑스 사진작가이자 거리 예술가인 제이알(JR)의 개인전이 3일부터 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그에게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화이트 큐브가 아닌 도시의 건물과 거리가 전시장이다.

사진을 찍은 뒤 이를 크게 확대한 이미지를 건물 외벽이나 거리에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프랑스의 유명 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공동 감독한 다큐멘터리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7)에서도 이런 그의 작업 방식을 볼 수 있다.

도시의 벽을 전시장으로…거리예술가 제이알, 롯데뮤지엄 개인전
거리에서 그라피티를 하던 제이알은 2001년 프랑스 파리의 지하철에서 주운 카메라로 동료들의 작업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건물 외벽에 인쇄한 이미지를 붙이고 프레임을 씌워 마치 전시장의 작품처럼 선보이던 초기 작업은 이후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지역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고, 설치 과정에서도 현지 주민들과 협력하는 것이 그의 작업 특징 중 하나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이알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을 영상과 사진, 벽 래핑 작업 등으로 재현한다.

그의 이름을 알린 것은 2005년 파리에서 진행한 '세대의 초상' 프로젝트다.

임대주택단지 청년들의 초상사진을 찍고 이를 확대 출력해 사진 속 인물들의 이름, 나이, 주소를 적어 거리에 부착한 프로젝트다.

그 중 '브라카쥐, 레드리'는 총으로 화면을 겨누는 듯한 한 청년의 모습을 찍은 것이다.

청년이 들고 있는 것은 실은 카메라지만 유색인종이 들고 있다는 이유로 무기로 변모한 이 사진은 편향된 미디어가 심어주는 잘못된 인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작업한 '페이스 투 페이스' 프로젝트 역시 미디어를 통한 왜곡된 인식을 지적한다.

제이알은 택시운전사, 교사, 운동선수 등 같은 직업을 가진 팔레스타인 사람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사진을 찍었고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르는 벽 양쪽에 이들의 대형 초상사진을 나란히 전시했다.

상대방 지역에 가지 못하고 미디어를 통해서만 서로를 인식했던 사람들은 사진으로 어느 쪽 사람인지 상대를 전혀 구별할 수 없었다.

도시의 벽을 전시장으로…거리예술가 제이알, 롯데뮤지엄 개인전
2008년 제이알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에서 '여성은 영웅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지 여성들의 눈과 얼굴을 찍은 사진을 크게 확대해 빈민가의 언덕을 따라 늘어선 건물 40채 외벽에 부착했다.

거대한 여성들의 얼굴과 눈이 리우데자네이루 도심을 내려다보는 듯한 이 작품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가시화되지 못한 여성들에 주목한 것으로 이후 시에라리온 등에서도 진행됐다.

대형 벽화 작업도 여럿 소개된다.

2018년 제이알은 총기 수집가부터 총기 희생자의 유족, 총상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총기산업 로비스트까지 총기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인물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찍고 몽타주 기법으로 한데 모았다.

현실에서는 모이기 힘든, 다양한 의견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은 '총기 연대기:미국의 이야기' 프로젝트는 에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도시의 벽을 전시장으로…거리예술가 제이알, 롯데뮤지엄 개인전
'인사이드 아웃'은 참여형 공공프로젝트다.

웹사이트 플랫폼에 자신의 사진을 보내면 제이알 스튜디오에서 이를 크게 인쇄해 제이알이 작업하듯이 벽에 붙일 수 있도록 보내준다.

2011년 시작돼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프로젝트에는 지금까지 149개국에서 50만명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한강을 배경으로 찍은 대형 착시 작품도 공개된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제이알은 2일 "나는 예술이 어떤 영향(임팩트)을 줄 수 있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6일까지. 유료 관람.
도시의 벽을 전시장으로…거리예술가 제이알, 롯데뮤지엄 개인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