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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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수정헌법 14조를 근거로 의회 동의 없이 국채를 발행하는 비상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풀어주지 않는 탓에 국채 부도 사태 위험이 커지고 있어서다.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가 내년 예산 지출을 감축하지 않으면 부채한도 상향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백악관과 재무부 등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법률 참모들이 최근 수정헌법 14조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물밑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현재 31조3810억달러)를 정해놓고 의회가 이를 상향하지 않으면 더 이상 빚을 못내도록 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마다 의회 승인을 받는 것 역시 헌법상 의무다. 이 때문에 의회가 채무한도 상향 합의에 실패해 추가 국채 발행이 막히고 정부의 현금이 고갈되면, 만기가 돌아온 기존 국채를 상환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궁지에 몰린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의 채무 불이행 역시 헌법 위반이기 때문에 기존 국채 차환을 위해 행정명령으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학계와 정부 일각의 주장을 검토하고 나섰다.

미국 수정헌법 14조 '연방정부의 모든 채무는 준수돼야 한다'는 규정을 정부의 채무이행을 강제한 것으로 적극 해석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헌법학자인 개럿 엡스 오리건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은 연방정부가 아주 조금 혹은 아주 단기간이라도 빚을 갚지 않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부채가 한도에 이르렀을 때 민주당 역시 이 같은 주장을 제기했었다. 다만 당시엔 행정부와 공화당이 합의에 성공해 비상조치까지 가진 않았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참모들이 의회의 승인 없이 행정명령을 발동할 경우 향후 정부가 소송에 휘말릴 위험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부담과 법적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비상조치를 검토하는 것은 미국 국채 부도 사태가 날 경우 글로벌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무위험 자산 또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진 미 국채가 부도에 이를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다만 아직은 바이든 행정부는 부채 한도 문제를 의회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수정헌법 14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부채 한도 해결은 의회의 헌법적 의무"라고 답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