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 광양에 '배터리 소재社' 총집결
포스코그룹이 전남 광양에 리튬 가공 공장과 양극재 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한 건 급증하는 배터리 수요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동시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광양을 선택한 건 기존 계열사의 양극재 공장이 있어 수직계열화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건설 중인 리튬·니켈 가공 공장까지 한데 묶어 배터리 소재 산업의 집적화를 노린다는 얘기다. 포스코는 광양을 ‘배터리 클러스터’로 삼고 원료부터 소재까지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 광양서 연 15만t 양극재 생산

[단독] 포스코, 광양에 '배터리 소재社' 총집결
포스코그룹의 배터리 소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은 광양에 세계 최대 규모인 연 9만t을 생산하는 양극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광양 공장의 양극재 생산 규모는 포스코퓨처엠의 국내외 양극재 생산 능력(연 10만5000t)의 90%에 육박했다.

이번에 투자를 결정한 양극재 공장이 계획대로 완공되면 포스코퓨처엠은 2025년 광양에서만 연 15만t의 양극재를 생산하게 된다. 포스코퓨처엠의 2025년 양극재 생산 목표는 연 34만5000t이다. 이번 건 외에 광양에 추가 투자가 없다고 가정해도 이곳에서 전체 양극재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셈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최근 이사회에서 승인된 포항 양극재 공장(연 4만6000t)을 추가 착공하면 2025년 포항에서만 연 10만6000t을 생산할 수 있다”며 “국내에선 포항과 광양이 두 축이 돼 양극재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은 해외에선 중국 저장푸화(연 3만t), 캐나다 제너럴모터스(GM) 합작공장(연 3만t) 등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충할 예정이다.

호주·아르헨産 리튬 광양에서 가공

포스코그룹은 광양에서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리튬을 가공할 계획이다. 소재는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산에서 들여온다. 양극재에 리튬을 넣으려면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련 작업이 필요한데, 이 작업을 광양에서 할 예정이다.

포스코홀딩스는 현재 광양에 호주 광산회사인 필바라와 합작해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공장을 짓고 있다. 호주에서 들여오는 리튬을 이곳에서 제련한다. 올해 완공하면 연 4만3000t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포스코홀딩스가 중국 회사인 화유코발트와 합작한 HY클린메탈의 광양 공장도 연내 완공된다. 이 공장에선 폐배터리 등에서 연 1만2000t의 니켈·리튬·코발트 등을 생산한다. 이번 추가 투자를 통해 HY클린메탈 공장을 증설해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수입한 리튬도 함께 제련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광양 리튬공장 공정률이 60%를 넘겼으며 오는 10월 말부터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리튬 가공 규모는 기존 목표인 2030년 연 30만t보다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니켈 정제공장도 완공 앞둬

연 2만t 규모의 고순도 니켈 정제공장도 올 하반기 광양에서 완공을 앞두고 있다. 전기차 5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여기에 양극재 공장 내에 연 5000t 규모의 전구체 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추가 투자를 통해 5만t 생산 체계를 갖춘다. 전구체는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광양에 배터리 소재 공장을 모아 집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며 “광양만은 호주와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등을 들여오기 적합한 데다 관련 계열사가 모두 모여 있어 재료 수급과 생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재후/김형규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