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작…'걸' 루카스 돈트 감독
소년을 파괴한 '남자다움'이란 강박…영화 '클로즈'
"너희 사귀니? 친구라기엔 너무 가깝잖아."
막 중학교에 입학한 벨기에 시골 소년 레오(에덴 담브린 분)는 자신과 레미(구스타브 드 와엘)의 사이를 의심하는 새 친구들의 시선이 불편하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형제 같은 사이라고 항변해보지만, 친구들은 좀처럼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몇몇 못된 아이들은 "호모", "계집애"라며 이죽거리기도 한다.

처음 겪는 집단적 낙인찍기에 상처받은 레오는 레미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괜스레 레미가 미워져 화를 내기까지 한다.

영문을 모르는 레미는 돌변한 레오를 보며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다.

레오는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몸을 내던지며 아이스하키를 배운다.

남자아이들의 축구판에 슬쩍 끼어들어 공을 차고, 나란히 앉은 아이들과 차례로 주먹 인사를 나눈다.

사회가 원하는 남성상에 가까워진 레오는 서서히 집단에 녹아들어 간다.

루카스 돈트 감독의 영화 '클로즈'는 남자다움이라는 강박이 소년과 순수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트랜스젠더 발레리나의 성장을 그린 전작 '걸'(2021)에서 여성성에 눈을 맞췄던 감독은 이번엔 남성성으로 시선을 옮겨 '클로즈'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2등 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소년을 파괴한 '남자다움'이란 강박…영화 '클로즈'
레오와 레미는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소년이다.

한 침대에 누워 잠 못 드는 상대를 달래주고, 잔디밭에선 서로를 베개 삼아 누워 장난친다.

타자들은 이를 '계집애 같은 것'이라고 규정한다.

두 사람은 '정상적인' 친구들 틈에서 섬처럼 고립된다.

레오는 결국 집단에 항복한다.

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변화시켜 기어코 그들 중 한 명이 된다.

레미는 자기 자신을 지킨다.

정체성을 가장하거나 새 친구를 사귀려 안달하지 않는다.

돈트 감독은 한 인간이 사회화로 얼마나 많은 것을 상실하는가 질문을 던진다.

사회가 정한 기준에 억지로 자신을 꿰어맞추면서 사랑과 친구, 취향, 감성 나아가 정체성까지 뒤바뀌었던 이들의 기억을 아프게 찌른다.

열렬히 사랑하는 친구 레오를 잃고 자신마저 잃어버린 레미처럼 말이다.

레오를 연기한 에덴 담브린은 뛰어난 연기로 몰입감을 높인다.

미묘하게 변화하는 사춘기 소년의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돈트 감독은 영화의 첫 장면 시나리오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기차 안에서 담브린을 보고 출연을 제안했다고 한다.

친구들과 얘기하고 있는 담브린에게 눈길을 사로잡는 뭔가가 있었다고 돈트 감독은 회고했다.

다음 달 3일 개봉. 104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