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 대리전 양상 속 경쟁 치열…"아직 선택 못 해" 목소리도
'깜깜이' 여론조사에 결과 안갯속…'무당파'가 당락 좌우할 듯
"변화 두렵다" vs "70년 집권 너무해"…파라과이 대선 향배는
"당신이 한 명 짚어 보시오. 진짜 그대로 투표할게요"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의 우버 기사 디오스넬(52) 씨는 대선을 하루 앞둔 29일(현지시간) 오전 내내 딱 2명의 승객을 태웠다.

아침 8시쯤 집에서 나설 때부터 '큰 기대를 안 했다'는 그는 파라과이 대통령 집무실(팔라시오 데 로페스)에서 파라과이 주재 타이완 대사관까지 이동하는 차 안에서 "내게 중요한 건 하루 벌이"라며 "경제 문제를 해결해 줄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반도(22만㎢) 2배가량 면적(40만㎢)에, 서울(940만명)을 크게 밑도는 인구(750만명)가 사는 남미의 내륙국, 파라과이에서 대선은 그간 주변국을 제외하곤 큰 주목을 받는 이슈는 아니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사이에 끼어 '작아 보이는', 태평양 넘어 1만8천㎞ 넘게 떨어진 국가의 선거가 한국에서 관심을 끈 적도 거의 없다.

"변화 두렵다" vs "70년 집권 너무해"…파라과이 대선 향배는
대선 결과에 대한 무관심은 그간 파라과이 국내에서도 비슷했다.

여당의 아성을 무너트리거나 위협할 만한 뚜렷한 야당의 부재 속에 '집권당 후보 승리'로 대체로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대선판은 과거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특별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국제사회에서의 치열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대결 양상 속에 친(親)중국 좌파 에프라인 알레그레(60) 후보가 우파인 집권당의 산티아고 페냐(44) 후보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남미의 유일한 대만 수교국' 파라과이가 중국을 택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에서다.

소속 학교명을 밝히길 원하지 않은 50대의 구스타보 교수는 "이번 선거는 후보의 이념이나 그간의 정치적 행보보다는 외교 정책이 눈에 띄는 게 사실"이라며 "파라과이 국민이라면 가족, 친척, 친구, 이웃, 아니면 한 다리를 건너서라도 소를 키우거나 농작물을 기르는 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화 두렵다" vs "70년 집권 너무해"…파라과이 대선 향배는
구스타보 교수의 '목축업·농업 종사자' 언급은 알레그레 후보의 '중국 밀착 필요성' 논리와 맞닿아 있다.

알레그레는 파라과이 경제의 근간이자 대표적 수출품인 대두와 소고기를 중국 시장에 수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만과의 관계 때문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반면, 변호사 빅토르 마르티네스는 정반대의 논리로 콜로라도당 지지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세 자릿수 물가상승률과 통화가치 급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 나라 아르헨티나 사례를 들며 "(집권당이 실기했다면) 파라과이도 저렇게 됐을 것이지만, 우리는 절대 제로(밑바닥)로 내려가지 않는다"며 경제 문제 때문이라면 집권당을 믿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화 두렵다" vs "70년 집권 너무해"…파라과이 대선 향배는
좀 더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목소리도 있었다.

통신사에서 일하는 로이사(32) 씨는 "솔직히 변화가 두렵다"며 "부모 세대가 이어온 전통을 잘못 건드리면 제 미래는 그나마 지금보다도 더 힘들어질 것 같다"며 여당 지지 의향을 드러냈다.

반대로 일용노동자 엔리케(40) 씨는 다소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 가며 "71년 동안 해 먹은 건 심하지 않으냐"며 "보건 문제부터 빈곤 해결까지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고 야당에 한표를 행사하겠다고 했다.

아직 고르지 못했다는 뜻의 '닝구노'(Ninguno)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투표장에는 가야 하니, 가서 고를 것"이라는 카페 근로자도 있었다.

파라과이에서 18∼75세는 의무적으로 투표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불참하면 벌금(9만8천 과라니·약 1만8천원)을 내야 한다.

"변화 두렵다" vs "70년 집권 너무해"…파라과이 대선 향배는
이런 와중에 그간 기관마다 들쭉날쭉했던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 판도를 더 안갯속으로 만들었다.

앞서 2018년에도 마리오 아브도 베니테스(콜로라도당) 현 대통령이 선거 전 조사에서 20∼30% 이상 무난히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뚜껑을 열었을 때 득표율은 겨우 약 3.38% 포인트 차였다.

당시 2위는 알레그레였다.

공식 선거 캠페인이 선거 이틀 전에 마무리된 가운데 투표는 30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8시∼5월 1일 오전 5시)까지 진행한다.

전자 투표 시스템이어서 개표는 신속하게 이뤄진다.

이르면 선거 당일 오후 7시쯤 결과가 나온다.

총선과 함께 치르는 이번 대선의 유권자 수는 478만2천940명이다.

임기 5년의 차기 대통령은 8월 15일에 취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