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창정/사진=한경DB
가수 임창정/사진=한경DB
가수 겸 연기자 임창정이 주가조작 세력에게 투자했다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가운데, 임창정을 믿고 투자했다가 피해를 호소하는 가수 A 씨가 등장했다.

A 씨는 지난 27일 JTBC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창정 씨 좋아하고 창정 씨랑 전화 통화도 했으니깐 믿고 이제 (투자) 했는데, 그냥 자기네들한테 맡겨놓으면 (돈을) 불려주겠다고 그러더라"라고 말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주가조작 세력에 돈을 맡겼다. 처음에는 돈이 급격하게 돈이 불어났고, A 씨는 "어떻게 이렇게 돈을 벌까, 이렇게 잘 벌리나 싶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승장에도 폭락 장에도 A 씨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었다.

A 씨는 "(지인이) 이거 지금 빨리 매도해야 한다 (그래서) 매도가 뭐야 그랬더니 이거 팔아야 한다는 거라더라"라며 "나는 거기 비밀번호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A씨뿐만 아니라 이 세력들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들만 천여명에 달한다고. 이중엔 연예인은 물론 정·재계 유력 인사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어떤 종목을 샀는지도 모른 채 투자금을 입금했다"며 자신들도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최소한 주가 조작을 알면서 투자했고, 배임 또는 탈세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파악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자자들은 주가조작 일당이 투자 종목, 신용거래 등 투자 방법에 대해 철저히 비밀로 유지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몇몇은 폭락 사태가 벌어진 후에야 관련 사실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임창정은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예 기획사 지분 일부를 50억 원에 파는 대신, 그중 30억 원을 이들에게 재투자했다고 밝혔다. 투자금은 15억 원은 자신의 증권사 계정에, 15억 원은 아내의 계정에 넣었다.

임창정은 "어떤 종목인지 모르지만, 그래프만 보게 되니까 이익이 좋고 수익이 났다고 하니 좋겠다 해서 15억, 15억을 개인 계좌로 만들었다"면서 자신과 아내의 신분증을 맡기고 주가 조작 세력에게 대리 투자를 맡겼다고 전했다.

임창정은 "그게 룰(규칙)인 줄 알았다"며 "돈 많으신 회장님들도 개인 돈을 불려준다고 하니까"라고 해명했다.

주가 조작 세력은 임창정의 신분증을 이용해 투자액 30억 원에 신용 매수까지 해 84억 원어치 주식을 매입했다. 임창정은 이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면서 주가 폭락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창정은 작전 세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했고 그들과 함께 해외 골프장에 투자했다. 이에 대해 임창정은 "같이 골프장을 보러 갔던 멤버들이 있는데, 갔다 와서 (한 멤버가) '형 골프장 계약했어' 그러면서 사진도 막 보여줬고, '창정이 형 골프장 한 1% 정도 드려' 이렇게 돼서 1억 주고 산 것"이라며 "거기서 겸사겸사 공연도 하고 이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주가조작 세력은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하루에 0.5%에서 1%씩 주가를 올렸다. 투자자들의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로 앱을 설치하고 매도와 매수를 반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또한 주소지 근처 IP로 접속해 정상 거래인 것처럼 보이도록 자택 주소와 사무실 주소까지 받았다.

투자자들에게는 노트북을 지급했는데, 지정한 시간에 노트북을 켜면 작전 세력들이 이 노트북에 원격 접속해 주식을 매매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