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성폭행 의혹으로 민사 소송이 제기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판 자체가 사기이자 마녀사냥"이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한 것에 대해 미국 재판부가 경고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인 루이스 캐플런 판사가 그의 SNS인 '트루스 소셜'에 원고인 E. 진 캐럴을 언급하는 행위와 관련해 "배심원들에게 경향을 끼칠 수 있는 행위가 선을 넘었다"며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 소셜에 캐럴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모두 허구인 사기이며, 그녀의 변호인은 거물 정치 후원자에게 돈을 받는 정치꾼"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캐럴의 법률대리인이 비즈니스 네트워크 사이트 링크드인의 공동창립자인 리드 호프먼의 후원을 받는다는 것. 진보 성향 기업가인 호프먼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겠다는 정치적인 동기에서 거짓 소송을 사주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SNS를 통해 해명해 왔다. 앞서 기업 장부 조작 혐의로 형사 기소됐을 때도 '마녀사냥'이라는 표현으로 검찰을 공격했다.

캐플런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행위가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사 재판에 직접 참석해 발언할 수 있음에도 불참하고 있다. 재판장 밖의 발언으로 배심원단들이 판단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부적절한 행위"라고 칭하며,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법정 모욕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는 암시를 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그런 행위를 자제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캐럴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안면이 있었던 사이였지만, 1996년 뉴욕의 한 고급 백화점에서 마주쳐 성폭행 시도를 당한 후 현재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 삶을 찾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캐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물을 사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고, 이전까진 유쾌한 분위기였지만 탈의실에 들어서자 갑자기 성폭행을 시도했다"며 "무릎을 들어 그를 밀어낸 후 간신히 탈출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러면서 "이후 호감을 느끼는 남성에게도 미소를 지을 수 없게 됐다"며 "독자들에게 치료를 받으라거나 경찰서에 가라고 조언하는 칼럼니스트로서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긴 시간이 흐른 후에야 당시 문제를 다시 언급하는 것에 대해 "보복을 당하는 것이 두려웠다"며 소송을 제기한 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로부터 '거짓말쟁이'라고 공격받고, 지인들로부터 불쌍한 눈초리를 받았을 뿐 아니라 26년 동안 인연을 맺었던 잡지 엘르에서도 해고됐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