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스 부통령이 NASA 안내 > 윤석열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에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해리스 부통령이 NASA 안내 > 윤석열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에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정상회담을 통해 핵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이라는 이름의 별도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갈수록 고조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도 높은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을 잠재우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날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군사동맹은 한 단계 격상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상대 진영 간 경쟁 구도는 한층 더 뚜렷해질 가능성도 있다.

○“북핵 우려 종식할 협의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워싱턴선언’이라는 이름의 별도 문서를 채택하는 데 합의했다. 워싱턴선언의 핵심은 한·미 NCG 창설이다. NCG는 북한의 핵 도발 저지를 목적으로 하는 상설 협의체다. 한국과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협의체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비교하면 상설 협의체로 바뀌었고, 미국의 확장억제 시스템에 대한 정보도 더 폭넓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확장억제 작동과 관련해 한국 측 의견도 반영하게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확장억제와 관련해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취지이고, 이를 통해 북핵에 대한 국민 우려를 종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 협의체의 목적은 미국이 북핵 위협 등 중대한 비상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한국에 제공하고, 이와 관련한 발언권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이 설치하기로 한 핵협의그룹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66년 창설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핵기획그룹(NPG)과 비슷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당시 NPG는 소련의 핵위협에 적극 대비하고 유럽 국가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세워졌다. 서유럽 국가와 미국의 동맹을 한층 굳건하게 유지하는 역할도 했다.

미·NATO 협의체와 다른 점도 있다. 서유럽 국가들에는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했지만, 한국에는 이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한국 핵무장론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핵협의그룹 설치로 충분히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NATO와 NPG 체제에서도 핵무기 최종 사용 결정권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전술핵을 한국에 가져다 놓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도 나온다. 양국은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국에 상시 배치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대응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를 정례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尹 “북한이 핵무기 의존 못하게 해야”

안보 전문가들은 워싱턴선언을 계기로 한국의 핵억지력이 강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확장억제력의 구체성을 확보해준다는 측면에서 기존보다 한층 진전된 조치라고 볼 수 있다”며 “북한이 핵 도발에 나섰을 때 미국이 실제 대응할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었는데, 그 문제가 해결된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NATO 역시 전술핵 소유권, 결정권, 거부권 등은 미국과 공유하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우리는 전술핵무기도 배치하지 못했다”며 NCG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술핵이 배치된 NATO의 NPG가 외형적으로는 더 강력해 보일 수 있지만, 러시아의 핵 위협이 과거보다 떨어지다 보니 논의의 깊이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더 깊고 강력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형 핵협의그룹’이 NATO의 NPG보다 더 유의미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미 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북한과 그런 협상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중요한 것은 북한이 감히 핵무기에 의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도병욱 기자/맹진규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