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빠져나온 외교부 당국자 "UAE 믿을 수 있었다…잘한 선택"
"하루에 15시간 총소리…통신 안 좋아 전화 20번 걸어야 연결"
군벌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한 수단을 탈출한 교민과 대사관 직원들은 '집결장소'인 대사관에서 머무는 동안 쉼 없이 들려오는 총소리와 갈수록 열악해지는 통신 상황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프라미스'(Promise) 작전을 통해 수단을 탈출한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기자들을 만나 "하루에 15시간씩 총소리가 들렸다"며 "교민들도 총소리를 가장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디가 더 안전하고 어디가 덜 안전한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르툼 전 지역에서 총소리가 들렸다"며 "하르툼을 떠나 (차량으로) 이동한 경로는 대부분 시골이었는데 교민들이 '하르툼을 떠나기만 했는데도 안정이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주수단한국대사관 직원을 포함한 수단 교민 28명은 지난 23일 수도 하르툼 대사관에서 차량으로 1천170㎞ 거리를 36시간 동안 달려 다음날 포트수단 국제공항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미리 대기하던 공군 수송기 C-130J '슈퍼 허큘리스'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공항으로 이동해 무사히 수단을 탈출했다.

이어 제다 공항에서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를 타고 25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이 당국자는 무력 충돌이 처음 발발한 지난 15일 체육복 차림으로 슈퍼마켓에 갔다가 총격전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했고 그길로 바로 대사관으로 갔다고 한다.

그는 "따로 옷을 챙기러 갈 시간도 없어서 이후 8일간 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며 "교민들을 대사관에 다 모으고 나서 캐리어 2개에 급하게 옷만 쓸어서 담아왔다"고 했다.

그는 교민들이 9개 지역에 흩어져 있었는데 점점 나빠지는 현지 통신 사정과 삼엄한 검문으로 인해 대사관으로 이동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 떠올렸다.

10㎞ 거리에 검문소가 대여섯개나 들어선 터라 30분 거리를 2∼3배나 걸려 움직여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태 초반만 해도 통신 사정이 유지됐는데 교민들을 대사관으로 이동시켜야 할 때는 통신이 잘 안됐다"며 "한 분을 데리러 가려면 전화를 10번, 20번씩 걸어야 연결되는 상태가 계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단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측과 긴밀한 협의를 할 수 있었던 점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UAE가 정보력도 강한 국가고 포트수단 국제공항으로 이동할 때 버스도 많이 준비해 우리 교민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국민 등 상당히 많은 사람이 탈 수 있었다"며 "UAE를 믿을 수 있었고 이 선택은 잘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