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에 일본을 다시 포함하도록 개정한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를 어제 공포했다. 2019년 9월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에 맞대응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지 3년7개월여 만이다. 일본 화이트리스트에 한국이 다시 포함되는 것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직후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해제했고, 한국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했다.

3년 넘게 이어진 양국의 수출 규제 갈등은 일단락되고 있다. 하지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관한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조치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 기업 대신 한국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배상하는 제3자 변제는 양국 관계 파탄을 막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고육책이다. 야당과 학계, 사회단체는 물론 국민 여론의 반발도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도 ‘대일 굴욕외교’라는 거센 비판과 국정 지지율 하락이라는 호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반면 정상회담 이후 일본 언론들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원전 오염수 방류 등에 관한 무분별한 보도로 한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초등 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외교청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 등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 등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일본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 이제 일본 측에서 성의 있는 조치를 속도감 있게 내놔야 한다. 일본 기업의 지원재단 기부 참여, 역대 내각 역사인식 재천명, 식민지배가 한국인들에게 남긴 트라우마에 대한 공감 같은 것이 필요하다. 다음달 히로시마에서 열릴 G7 정상회의 이후 기시다 총리의 답방 때까지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윤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은 빛이 바랠 가능성이 크다. 한 손으로는 박수를 칠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