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칼럼] 자유진영, 원칙 있는 단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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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우선주의·포퓰리즘 접고
가치동맹 행동원칙 되살려야
박수진 논설위원 겸 경제교육연구소장
가치동맹 행동원칙 되살려야
박수진 논설위원 겸 경제교육연구소장
24세 기무라 류지는 평소 인사 잘하고 효자라고 평가받는 청년이었다. 그는 지난 1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향해 원통형 사제 폭발물을 던졌다. 지난해 7월엔 ‘점잖은 친구이자 이웃’이었던 야마가미 데쓰야(42)가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직접 만든 총으로 암살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들을 ‘외로운 늑대(lone wolf)’라고 불렀다.
늑대는 보통 5~10마리가 떼를 지어 다니며 사냥한다. 그중 일부가 무리에서 이탈한다. 홀로 된 늑대가 무서운 이유는 예측 불가인 데다 더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기무라와 야마가미 같은 이탈자는 언제 어디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 이런 외로운 늑대가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개인적 성향도 있고, 정신적 문제도 있다. 그러나 그 기저엔 ‘쇠락하는 경제’가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본은 1980년대 ‘오이쓰키 오이코세(追いつき 追い越せ)’, 즉 ‘(서양에서) 배워서 (서양을) 뛰어넘은’ 능력을 자랑했다.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단호히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이 나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잃어버린 20년이 찾아왔다. 버블 붕괴와 미국의 견제, 혁신 부재 속에 투자도, 임금 상승도, 소비도 늘지 않는 ‘3무(無) 경제’ 시대였다. 야마가미와 기무라 모두 이런 무기력한 시대가 낳은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은둔형 외톨이)다. 일본 정부는 이런 추세를 바꿔보겠다며 10년 가까이 ‘헬리콥터 머니’를 뿌렸다. 그래도 실패하자 이번엔 ‘신(新)자본주의’를 들고나왔다. 임금 인상으로 소비를 늘리고, 이를 통해 투자와 공급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희망회로’ 시나리오다. 일본판 소득주도성장 정도가 될까. 그러나 혁신의 고통 없이 인위적 시장 개입으로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정책 실험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는 불견시도(不見是圖)다.
일본뿐 아니다. 오랜 경제 침체에 시달리는 유럽에선 시장 개입과 규제, 포퓰리즘이 난무한다. 미국 역시 상황이 나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우려스럽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이, 미국 역시 10년 주기 금융·경제위기로 골병이 들었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곳곳에서 도전받고 있고 중국의 패권 시도는 여전하다. 문제는 이 같은 역학관계 변화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다. 미덥지가 않다. 중국을 잡는다며 자신들이 2차 세계대전 후 구축한 자유무역과 시장 확산이라는 국제질서의 근간을 허물고 있다. 신냉전주의, 가치동맹의 프레임을 내걸고 자유진영의 ‘단일 대오’를 강조하지만 보조금 위주 산업정책과 달러 우선 통화정책 등 ‘자국 우선주의’로 동맹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유럽은 미국의 속국이 아니”라는 마크롱의 최근 발언은 그런 흐름을 대변한다.
자유진영의 추락과 분열 속에 중국과 러시아, 중동 등 전체주의 국가들의 연대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반(反)민주·포퓰리즘·공포 정치의 글로벌화를 막을 자유진영의 단결이 시급해 보인다. 단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미국식 ‘자국 우선주의’나 일본·유럽연합식 ‘시장 개입과 규제’ 등을 경계해야 함은 물론이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이다. 다음달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 7대 통상 대국, 6대 군사 강국이다. 충분히 시장과 민주주의를 해치는 변칙과 이기심에 대해 일갈할 수 있다. 또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것 없이는 한국의 안보와 번영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늑대는 보통 5~10마리가 떼를 지어 다니며 사냥한다. 그중 일부가 무리에서 이탈한다. 홀로 된 늑대가 무서운 이유는 예측 불가인 데다 더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기무라와 야마가미 같은 이탈자는 언제 어디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 이런 외로운 늑대가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개인적 성향도 있고, 정신적 문제도 있다. 그러나 그 기저엔 ‘쇠락하는 경제’가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본은 1980년대 ‘오이쓰키 오이코세(追いつき 追い越せ)’, 즉 ‘(서양에서) 배워서 (서양을) 뛰어넘은’ 능력을 자랑했다.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단호히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이 나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잃어버린 20년이 찾아왔다. 버블 붕괴와 미국의 견제, 혁신 부재 속에 투자도, 임금 상승도, 소비도 늘지 않는 ‘3무(無) 경제’ 시대였다. 야마가미와 기무라 모두 이런 무기력한 시대가 낳은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은둔형 외톨이)다. 일본 정부는 이런 추세를 바꿔보겠다며 10년 가까이 ‘헬리콥터 머니’를 뿌렸다. 그래도 실패하자 이번엔 ‘신(新)자본주의’를 들고나왔다. 임금 인상으로 소비를 늘리고, 이를 통해 투자와 공급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희망회로’ 시나리오다. 일본판 소득주도성장 정도가 될까. 그러나 혁신의 고통 없이 인위적 시장 개입으로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정책 실험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는 불견시도(不見是圖)다.
일본뿐 아니다. 오랜 경제 침체에 시달리는 유럽에선 시장 개입과 규제, 포퓰리즘이 난무한다. 미국 역시 상황이 나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우려스럽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이, 미국 역시 10년 주기 금융·경제위기로 골병이 들었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곳곳에서 도전받고 있고 중국의 패권 시도는 여전하다. 문제는 이 같은 역학관계 변화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다. 미덥지가 않다. 중국을 잡는다며 자신들이 2차 세계대전 후 구축한 자유무역과 시장 확산이라는 국제질서의 근간을 허물고 있다. 신냉전주의, 가치동맹의 프레임을 내걸고 자유진영의 ‘단일 대오’를 강조하지만 보조금 위주 산업정책과 달러 우선 통화정책 등 ‘자국 우선주의’로 동맹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유럽은 미국의 속국이 아니”라는 마크롱의 최근 발언은 그런 흐름을 대변한다.
자유진영의 추락과 분열 속에 중국과 러시아, 중동 등 전체주의 국가들의 연대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반(反)민주·포퓰리즘·공포 정치의 글로벌화를 막을 자유진영의 단결이 시급해 보인다. 단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미국식 ‘자국 우선주의’나 일본·유럽연합식 ‘시장 개입과 규제’ 등을 경계해야 함은 물론이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이다. 다음달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 7대 통상 대국, 6대 군사 강국이다. 충분히 시장과 민주주의를 해치는 변칙과 이기심에 대해 일갈할 수 있다. 또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것 없이는 한국의 안보와 번영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