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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칼럼] 월가가 우려하는 위기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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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석 뉴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월가가 우려하는 위기의 그림자
    미국 뉴욕 월가에서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가장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4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신용 경색과 글로벌 경기 침체’(35%)가 가장 큰 꼬리 위험으로 꼽혔다. 1년 이상 1위를 지켜온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 긴축’(34%)을 앞섰다. 은행 혼란 이후 나타난 변화다. 또 구체적으로 미국과 유럽 상업용 부동산(CRE)이 시스템적 위기가 나타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진원지로 꼽혔다.

    은행 혼란, CRE 위기로 번진다?

    월가가 미국 CRE를 걱정하는 건 대부분 투자자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레버리지(차입)를 쓴 탓이다. 게다가 5조6000억달러(2022년 말 기준)에 달하는 상업용 모기지 대출의 70%를 중소은행이 갖고 있다. 이들 은행은 그렇지 않아도 경기 둔화에 대비해 대출 기준을 높여왔는데,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 붕괴에 따른 예금 유출 사태로 돈줄을 더 조일 가능성이 커졌다. 혼란은 일단 가라앉았지만, 예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머니마켓펀드 등은 연 4%대 이자를 주는데 예금 금리는 최근 올랐다고 해도 평균 0.35%에 불과하다. 은행 유동성 규제도 강화될 판이어서 대출 축소는 불가피하다.

    CRE 대출은 주택 모기지와 비교하면 5년 등 만기가 짧고 대부분 변동금리를 적용받는다. 10년 이상 이어진 저금리 시대에 나간 이들 대출은 앞으로 매년 약 5000억달러씩 만기가 도래한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시장금리 상승, 치솟은 공실률 등으로 인해 부동산의 전반적 가치가 22%, 사무용 건물은 30%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한다. 가치가 하락하면 재융자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블랙스톤, 브룩필드 등 유명 자산운용사가 관리하는 일부 부동산 펀드에서 벌써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

    한국 금융회사, 연기금 등은 지난 몇 년간 이런 미국 CRE에 상당한 돈을 투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6일 기준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액(공모+사모)은 74조3529억원으로 약 6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었다. 한국계 투자자들은 이미 맨해튼에 있는 ‘20 타임스 스퀘어’ 등 몇몇 건물에서 수천억원씩 손실을 봤다. 대체투자 붐 속에 한꺼번에 몰려나와 앞다퉈 투자하는 바람에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투자도 상당하다. 현지 투자자들이 채간 뒤 남는 물건이 주로 한국계에 돌아갔기 때문에 위험은 더 크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환헤지 등 각종 비용을 감안해 국내 선순위 채권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메자닌에 주로 투자했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 하락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일부 부동산펀드 채무 불이행

    CRE 전체가 문제는 아니다. 재택근무 등으로 공실률이 뛴 사무용 건물, 그중에서도 ‘클래스 A’ 자산(최신 빌딩)이 아닌 클래스 B, C 등 노후 건물이 위험하다.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부채담보부증권(CDO)처럼 단번에 터지진 않을 것이다. 과거 CRE 연체는 침체가 터진 뒤에도 몇 년 동안 느리게 증가했다. 은행들이 손실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 조건을 바꿔주거나 연장해주는 사례가 많았다.

    CRE 관련 위험은 간과해선 안 된다. 손실 발생 여부뿐 아니라 채무불이행 확산으로 부동산 가치가 폭락한다면 그 위험이 은행으로 번지면서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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