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놀았네?" 회사는 당신의 모니터를 보고 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원격 근무를 하는 아르준 샤르마(26)는 회사가 랩톱컴퓨터에 직원 감시프로그램 '타임 닥터'(Time Doctor)를 설치한 것을 알았을 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단지 출퇴근 확인 정도에 쓰이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상사가 1대1 미팅에서 이 프로그램을 통한 추적 결과를 바탕으로 소위 '생산성 보고서'를 들이밀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샤르마는 "얼마나 시간을 빈둥빈둥 보냈는지와 같은 통계와 같은 것이 있었다. 내가 실제로 일하지 않고 있었던 시간이 있었다"며, 일을 빨리 끝내 그랬다고 해명했지만 "다른 일을 해야 했다"는 답을 들었다.

미국 CNBC 방송은 23일(현지시간) 미국 회사들에서 원격 근무 직원에 대한 감시가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회사 측에는 오히려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소한 것까지 챙기는 마이크로매니저들(micromanagers)은 일터에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래 재택근무나,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가 혼재된 근무가 일상화하면서 생산성을 놓고 직원들과 회사 관리자들 간 확연한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실제로 대부분의 원격 근무자는 만족하고 있었지만 회사 관리자들의 85%는 직원 생산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덩달아 직원 감시 소프트웨어의 수요가 치솟았다는 점은 불문가지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월 직원 감시 소프트웨어에 대한 검색은 전년도 월별 평균보다 75%까지 증가했다. 또 이런 분위기는 2021년과 2022년에도 여전했다.

법률회사 세이파스(Seyfarth)에서 파트너로 일하는 캐스린 위버는 직원감시 사례가 "일자리 안전과 기밀 보장, 비즈니스 보호를 구실로 지난 수년간 지나치게 증가했다"고 방송에 말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직원 감시 소프트웨어로는 실시간으로 데스크톱 상에서 벌어지는 키보드 입력과 브라우징 행위, 이메일, 채탱앱 등 모든 행위를 파악할 수 있다.

해외 인터넷 우회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 서비스 업체인 익스프레스VPN(ExpressVPN)에 따르면 회사들의 거의 80%가 직원들의 업무와 온라인 활동을 추적하기 위해 감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직원감시 소프트웨어 제작사인 베리아토(Veriato)는 지난해 아태지역에서 100% 성장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에서는 "인터뷰"라거나 구직사이트 이름과 같은 키워드들이 사용됐을 때 회사 측에 긴급 발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런 소프트웨어 활용은 역풍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국적 인적자원 컨설팅 기업인 란트스타트(Randstad)의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담당 이사인 자야 다스는 방송에 일부 감시 소프트웨어는 "신뢰와 개인 프라이버시 위반"이라며 감시의 목적이 통제라면 원격근무의 근본 취지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원들이 감시받을 경우 의도적으로 일을 천천히 하거나 결국은 눈을 피해 휴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