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초록 물결…보더의 밤은 낮보다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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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아의 걷다가 예술
구정아 스케이트 파크 '내가모'
'미술계 올림픽'서 인정받은 작가
낮에 빛 흡수하고 밤엔 야광 뿜는
과감한 연두빛 '인광 페인트' 활용
아웃사이더 문화 즐긴 보더들
그들의 '내가 뭐?' 정신 녹여내
구정아 스케이트 파크 '내가모'
'미술계 올림픽'서 인정받은 작가
낮에 빛 흡수하고 밤엔 야광 뿜는
과감한 연두빛 '인광 페인트' 활용
아웃사이더 문화 즐긴 보더들
그들의 '내가 뭐?' 정신 녹여내

정문 앞 야외광장에 260㎡짜리 초대형 스케이트 파크가 바로 그것이다. 6개의 서로 다른 크기와 깊이의 원들로 이뤄진 스케이트장이다. 디자인은 산뜻하지만 뭐랄까, 색깔이 난해하다. 형광빛 연두색 일색이다. 촌스럽다고 해야 할지. 게다가 연두색은 밤낮이 없다. 밝을 땐 빛을 빨아들이고, 어두울 때 내뱉는 ‘인광(燐光) 페인트’를 사용해서다. 밤에도 야광으로 연두색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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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장 ‘내가모’도 마찬가지다. 연두색은 온종일 같지만 날이 저물면 완전히 달라진다. 낮 동안 빨아들인 빛을 내뱉는 인광 페인트 덕분에 따로 전기를 연결하지 않아도 어둠 속에서 환한 연둣빛으로 변한다. 구정아의 스케이트 파크는 또 다른 의미도 있다. ‘스케이트 파크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2012년 프랑스 바시비에르 섬이었다. 당시 구정아는 프랑스 남부의 외딴섬인 바시비에르 섬을 예술로 되살려보자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가 고안해낸 건 스케이트장이었다. 젊은이들이 제 발로 이곳을 찾아오려면 ‘놀거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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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엔 자기 긍정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내가모’라는 작품 제목은 ‘내가 뭐?’의 발음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외부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을 때마다 맞받아치는 말이다. 작가는 말한다.
“아웃사이더 문화였던 스케이트 보드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데는 보더들의 ‘고집’이 있었다. 보드를 탈 만한 곳을 찾아 세계 각국으로 떠나고, 때로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내가 뭐?’에는 그런 정신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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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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