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못 미쳐 택시 부족 '태반'…강원 10개 시·군엔 저상버스도 없어
"이동권은 다른 권리 실현의 시작"…도 "단계적 개선 방안 검토"
'택시 불렀는데 3시간 기다려야 한다면'…'턱' 막힌 장애인의 삶
"길게는 3시간까지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린 적도 있어요.

택시가 안 잡히면 저상버스라도 탈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경사판이 고장 나는 바람에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사는 지역을 벗어나 여행 한 번 가기조차 쉽지 않아요…."
뇌병변 장애인 빈운경(34)씨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장애인 콜택시 대기자 수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넉넉잡아 그가 예상한 시간은 1시간 30분. 대기 시간을 가늠하고 나서야 빈씨는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외출 준비를 시작한다.

짧지 않은 대기 시간이지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 제한적인 그로서는 이 같은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용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나 주말에는 대기 시간이 2∼3시간까지 늘어나는 탓에 모든 일정은 이에 맞춰 계획할 수밖에 없다.

그런 빈씨에게 친구들과의 '번개' 모임 등 예정에 없던 약속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빈씨처럼 강원도 내에는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이 적지 않다.

장애인들은 그 원인으로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운행 대수와 운전 요원 부족 문제를 꼽는다.

'택시 불렀는데 3시간 기다려야 한다면'…'턱' 막힌 장애인의 삶
강원도 교통약자 광역이동지원센터에 따르면 현재 도에서 운영하는 특별교통수단은 원주 33대, 춘천 28대, 강릉 16대, 동해·홍천 각 9대, 속초 8대, 영월·철원 각 7대, 삼척·횡성·평창 각 6대, 태백·정선·양구 각 5대, 화천·고성·양양 각 4대, 인제 3대로 총 165대다.

보행 장애인 '150명당 1대'라는 법정 기준에 맞춰 운행 대수를 산정하기는 하지만, 철원·정선·인제 등 일부 시·군에서는 그 기준조차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장애인 콜택시 이용이 가능한 노약자와 임산부까지 더해지면 그 기준을 훌쩍 웃도는 승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중증 지체장애인 윤모(36)씨는 "콜택시 1대당 1명꼴로 배치한 운전 요원이 휴가 등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면 하루 운행 차량 대수가 더 부족해진다"며 "현재 운영하는 콜택시마저도 이용 시간이 정해져 있고 병원 용무가 아니라면 강원 지역을 벗어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택시 불렀는데 3시간 기다려야 한다면'…'턱' 막힌 장애인의 삶
평균 1시간 30분꼴로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린다는 윤씨는 기다림에 지쳐 저상버스를 이용하려고 밖을 나섰다가 또 다른 고난을 맛봤다.

장애인들이 저상버스에 올라탈 수 있도록 만든 경사판이 고장 나는 바람에 차량에 탑승하지도 못하고 다음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버스 안으로 몸을 싣는다고 해도 기사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 전용공간에 자리를 잡아야 했기 때문에 이를 기다리는 일부 승객들의 불편한 기색을 감내해야 하는 것도 오로지 윤씨의 몫이었다.

"휠체어 무게가 있다 보니 경사판이 쉽게 망가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에 비해 고장 난 경사판을 조작할 수 있는 버스 기사님들은 거의 없어요.

택시도, 버스도,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그 무엇도 없는 느낌이에요…."
그나마 윤씨처럼 저상버스로라도 이동이 가능하면 다행이다.

현재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10개 시·군에서는 저상버스가 전혀 다니고 있지 않다.

강원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운행 중인 저상버스는 춘천 104대, 강릉 44대, 원주 29대, 삼척 6대, 정선 5대, 속초 3대, 횡성·평창 2대뿐이다.

'택시 불렀는데 3시간 기다려야 한다면'…'턱' 막힌 장애인의 삶
장애인의 날인 20일 420강원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건 단순히 이동의 편의성 때문만이 아니다"며 "이동권 보장이 안 되면 장애인들이 제대로 교육받거나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등 또 다른 권리를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이 강원 지역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도 차원에서 재정적·정책적 지원을 뒷받침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교통약자법 시행 규칙 개정으로 오는 7월부터 인구 10만명 이하 지역에서는 특별교통수단 기준이 100명당 1대씩으로 강화된다.

이에 강원도는 지난 3월 특별교통수단 37대를 도내에 추가 배치할 방침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교통약자 이동 편의를 위해 단계적으로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