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은 여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이다. 작은 꽃봉오리들이 한데 모여 풍성한 군락을 이루는 수국은 6월 초중순이 가장 아름다운 때. 종류에 따라 7월 말과 8월 초까지 전국에 피어난다.경기 곤지암 화담숲의 수국원은 여름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4500㎡(1360평) 규모에 100여 품종, 7만여 그루의 다채로운 수국이 아름다움을 뽐낸다. 푸른빛으로 가득한 산수국 군락에서는 여름 숲이 자아내는 장관을 감상하기에 충분하다. 크고 작은 송이의 꽃들이 한 다발을 이루는 나무수국도 여름 숲의 매력을 더한다. 제주 휴애리 수국축제는 여름 수국을 늦여름까지 즐길 수 있는 곳. 수국올레길을 걸으며 푸른색, 핑크색, 흰색 수국까지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다.여름마다 붉은 자태를 드러내는 능소화도 있다. 능소화는 한때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어 ‘양반꽃’이라고도 불렸다. 하늘을 타고 오른다는 뜻의 능소화는 붉은색이 선명하게 담장을 타고 올라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 때문에 신분이 낮은 사람은 심을 수 없었다고. 벽이나 나무를 타고 10m 넘는 넝쿨을 이룬다. 지금은 도심 곳곳이나 가로수길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제주의 비체올린파크에서는 전국 최대 규모의 능소화 축제가 9월까지 열린다.경남 고성 학동마을에선 수국과 능소화 꽃길을 함께 걸을 수 있다. 이 마을은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258호로 지정된 전주 최씨 안렴사공파의 집성촌. 마을 담장이 납작돌과 황토로 층층이 쌓여 있어 능소화와 돌담의 조화가 아름답다. 경남 민간정원 제8호인 만화방초는 거류면 벽방산 기슭 27만㎡의 터에 200종이 넘는 다양한 품종의 수국이 꽃을 피우는 개인 정원이다. 그레이스정원은 개인이 15년간 가꿔온 정원으로 30만 그루가 넘는 수국과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환경 오염으로 사라지고 있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수목원이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바로 ‘화담숲’이다. 화담(和談)은 ‘정답게 대화를 나눈다’는 뜻이다. 자연과 정답게 대화를 나눌 수있는 곳이라니, 예쁜 이름이다. 요즘처럼 모든 식물이 기지개를 켜고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봄이나 울긋불긋 단풍이 드는 가을이 특히 좋다. 가만히 둘러보기만 해도 자연이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생태계 복원 연구실 화담숲 화담숲은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 옆에 있다. 서울에선 차로 40여 분 거리다. 2006년부터 16만5265㎡ 부지에 가꾸기 시작해 7년 뒤인 2013년에야 전면 개장했다. 매년 약 100만 명이 찾는다. 이곳은 단순히 꽃과 나무를 구경하는 장소가 아니라 자연 체험장 겸 연구 시설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다시 키우고 자연 속에서 자리 잡도록 도와주는 생태계 복원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11월말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는 문을 닫는 ‘겨울잠 자는 수목원’이다. 방문객들이 봄 여름 가을의 자연을 즐기는 대신 겨울에는 동식물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서다.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 한가득 화담숲의 16개 테마원에는 4000여 종의 식물이 산다. 자연생태관을 시작으로 이끼원, 철쭉·진달래길, 탐매원, 자작나무숲, 양치식물원, 소나무 정원, 만병초원, 반딧불이원 등 여러 주제로 구성돼 있다. 각 테마원은 계절별 특색을 지닌다. 탐매원의 하얀 매화와 자작나무숲의 노란 수선화는 봄을 알린다. 5월 만병초원에는 다양한 색의 만병초 20여 종이 피는데, 진달랫과에 속하는 만병초꽃은 향기가 좋아서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수국원에선 60여 종, 7만여 그루의 수국을 만날 수 있다. 수국원에 파란색 수국이 피면 여름으로 가는 길목이다. 이즈음 반딧불이원에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닌다. 반딧불이가 반짝반짝 빛을 내 마치 아름다운 불빛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양치식물원과 이끼원은 계절과 상관없는 테마원이다. 고사리 등 양치류는 공룡과 함께 살아온 아주 오래된 식물이다. 양치식물원에선 양치식물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새소리도 들을 수 있다. 화담숲에서 가장 많은 새를 만날 수 있는 장소다. 이곳저곳에 새집이 있다. 이끼원은 안개 낀 이른 아침이나 비 온 뒤가 멋있다. 이끼는 키우기 어려워 식물원 초기에 일본에서 기술을 배워 오기도 했다고 한다. 화담숲 이끼원은 현재 국내 최대 이끼 군락지다. 걷거나 모노레일 이용 화담숲에는 숲 산책 코스와 숲 테마원 코스 등 두 개의 산책길이 있다. 화담숲은 평지가 아니라 가파른 산지에 만들어져 걷기 편하도록 모든 코스에 나무 데크가 설치돼 있다. 경사로도 유모차를 밀기에 어려움이 없다. 오르막이 부담스럽다면 모노레일(유료)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잘 가꿔진 화담숲 산책길을 따라 내려오면 희귀한 분재, 나무가 화석이 된 규화목, 용처럼 몸을 비틀고 있는 소나무, 화사한 꽃들 사이로 흐르는 계곡의 시냇물, 곳곳에 설치된 폭포를 볼 수 있다. 나무와 꽃과 새, 자연과 대화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출구다. by 김형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 화담숲 이용정보주소 경기 광주시 도척면 도척윗로 278-1입장료 성인 10000원 경로·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 ※인터넷 예매 시 할인시간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무)문의 (031)8026-6666Tip 걸어서 올라가지 않고 내려오면서 경치를 보고 싶다면 모노레일 1번 승강장에서 탑승한 뒤 2번 승강장에서 내리면 된다. 자작나무숲이나 탐매원을 보려면 정문까지 내려온 뒤 다시 올라가야 한다. 천천히 걷고 싶다면 이끼원을 시작으로 전체 코스를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