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은 왜 입 다물었을까…'2500조원' 석유 제국의 절대 반지 [딥다이브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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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석유 생산을 늘려달라고 압박하던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속 앓이 하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수십 조 원의 투자금을 쏟아붓고, 급기야 숙적 이란과 관계 회복까지 나선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때문이죠.


지난해 순이익만 1,611억 달러(약 213조 7천억 원), 배당 195억 달러 (약 25조 8천억 원). 우리나라 삼성전자 '22년 연간 순이익의 4.2배, 미국 최대 기업 애플 순이익의 1.3배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돈을 벌어들이는 회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막대한 현금을 쓸어담고 있는 유일무이한 이 기업, 대체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증권거래소 타다울(Tadawul)에 상장해 시가총액 약 2,500조원에 달하는 아람코는 20세기 전쟁과 세계 경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입니다. 아직 100년 역사도 채 되지 않는 사우디 역사와 경제력을 모두 설명하는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죠. 지난해 기준 아람코 소유 유전 내 매장량은 원유 2,008억 배럴과 액화천연가스(NGL) 252억 배럴 등 개발 가능한 탄화수소만 2,558억 배럴에 달합니다.


이랬던 가문을 다시 일으킨 인물이 '석유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초대 국왕 '압둘 아지즈 이븐 사우드(이하 이븐 사우드)'입니다. 이븐 사우드 국왕은 1902년 라시드 가문으로부터 아라비아반도 한 복판에 있는 지금의 수도 리야드를 탈환하는데 성공하며 나라 재건의 기반을 만듭니다.


대영제국은 이때만 해도 바다건너 아라비아 반도에서 유전을 개발해도 페르시아 만한 수익을 얻기 어렵다고 오판하는데, 그 기회가 신생국가였던 미국으로 모조리 넘어가게 됩니다. 마침 석유 채굴 기술과 무기를 쥔 미국에게 사우디는 최고의 파트너가 됩니다. 두 나라가 손을 잡게 되면서 사우디는 1930년대 중반 지금의 쉐브론(Chevron), 당시 미국 최대 재벌이었던 록펠러의 미국 '스탠다드 오일 오브 캘리포니아(SOCAL)'와 손잡고 60년간 석유 채굴권을 넘겨주게 되죠.

사우디는 이를 발판으로 1938년부터 본격적인 원유 상업 생산에 돌입해 이후 수석 지질학자 맥스 스테인케와 함께 1940년 아브카이크 유전, 1951년 사파니야 해상유전을 찾아 잇따라 성공시키고 1946년부터 라스 타누라 원유 터미널을 확장해가며 중동 원유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바이든은 왜 입 다물었을까…'2500조원' 석유 제국의 절대 반지 [딥다이브 중동]](https://img.hankyung.com/photo/202304/B20230413140309520.jpg)
● 홍해 군함서 만난 미국-사우디…전쟁이 키운 검은 황금
아람코는 70년대 이후 폭발적인 유가 상승과 달러를 통한 재무적인 안정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는데, 이러한 성장사는 모두 전쟁 이후 미국과 사우디 동맹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도 합니다.
![바이든은 왜 입 다물었을까…'2500조원' 석유 제국의 절대 반지 [딥다이브 중동]](https://img.hankyung.com/photo/202304/B20230414134114497.jpg)
수에즈 운하 군함 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이븐 사우드를 만난 루스벨트 대통령은 연합국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되는 거래를 성사시킵니다. 하지만 국제 정세에서 영향력을 키우던 두 나라의 관계는 1973년에 중동 전쟁을 기점으로 극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 미국 닉슨 대통령은 이란 등 다른 중동 국가로부터 사우디의 안전을 지켜주는 대신 원유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권리를 얻는 거래를 성사시킵니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자 OPEC 리더인 사우디가 아람코를 통해 생산한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면 다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페트로 달러' 시대가 개막하게 된 겁니다.

세계 대전 이후 80년 가까이 이어진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은 사실 아람코가 뽑아올린 석유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우디는 이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죠.
전 세계 원유 수출액에서 사우디는 16.5%로 러시아, 캐나다, 미국 등을 압도합니다. 대부분 자국에서 소비하는 북미 국가와 전세계 제재를 받은 러시아를 빼면 사우디 수출액에 따라 원유 가격이 변동하는 불가피한 구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이 중국과 이란을 견제하고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준 사우디를 이끄는 것은 선대 국왕이 아니라 형제들로부터 권력을 장악한 신흥 세력 '무함마드 빈 살만'입니다.
![바이든은 왜 입 다물었을까…'2500조원' 석유 제국의 절대 반지 [딥다이브 중동]](https://img.hankyung.com/photo/202304/B20230413155405023.jpg)
실제 무함마드 빈 살만은 지난해 더아틀란틱과 인터뷰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잠재력있는 나라는 사우디이고, 기회를 놓치면 동쪽(중국) 나라가 매우 기뻐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미 사막 위에 건설하는 1조 달러 규모의 '네옴시티', 신재생에너지와 정보기술 산업에 투자를 늘리면서 새로 광구를 뚫을 비용 예산이 줄고, 즉각적인 증산을 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외부 투자 외에 내부에서 연간 400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인데, 매년 이를 감당하려면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가까운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사우디는 감산을 통해 원유 가격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1천만 배럴 이상 생산하는 아람코를 점차 석유 채굴 중심의 업스트림에서 정제와 기반시설 관리의 다운스트림으로 확장하며 수익을 다각화하는데 무게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석유 시대 이후를 서서히 대비하는 움직임이 이 기업의 사업 구조에서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죠.

사우디가 80년 우방이던 미국과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모두 끊을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석유 이후의 세기를 준비하기 시작한 차세대 권력자 무함마드 빈 살만에게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보장해줄 대안과 이를 노린 나라들간의 경쟁이 시작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바이든은 왜 입 다물었을까…'2500조원' 석유 제국의 절대 반지 [딥다이브 중동]](https://img.hankyung.com/photo/202304/B2023041314193215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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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