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근육차단제는 아마존 독침서 나왔다 [책마을]
“베크론을 투여하세요.”

인공호흡기 삽관을 준비하던 의사가 간호사에게 말했다. 베크론은 신경근육차단제인 베쿠로늄브롬화물의 제품명이다. 인공호흡기를 연결하려면 긴 플라스틱 관을 기관까지 삽입해야 한다. 기관은 목구멍을 한참 넘어 폐의 입구까지 이어지는 공기 통로를 말한다. 기도로 물 한 방울만 넘어가도 심한 기침을 일으키는데, 그보다 큰 플라스틱 관을 넣으면 얼마나 더 고통스러울까. 그래서 베크론 같은 약물로 대부분의 근육을 멈추게 한다.

응급의학과 의사인 곽경훈 씨는 자신이 쓴 <약빨>에서 “베크론을 투여하면 심장근육을 제외하고 근육 대부분이 정지한다”며 “당연히 호흡근육도 멈춘다”고 했다. ‘현직 의사가 들려주는 약의 세계’라는 부제가 붙은 <약빨>은 이렇게 저자의 응급실 경험으로 각 장을 연다.

신경근육차단제가 발견된 과정도 흥미롭다. 15~16세기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던 유럽 사람들이 아마존강 유역에 사는 부족이 독침을 쏘아 동물을 사냥하는 것을 보고 이를 알게 됐다. ‘쿠라레’라고 불리는 그 독은 야생식물인 콘도덴드론에서 채취했는데, 동물의 근육을 마비시켰다. 신기한 독으로만 치부되다 1942년 캐나다 마취과 의사인 해롤드 그리피스가 충수 제거술에 쿠라레를 사용하면서 본격 도입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