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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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수요 전망치를 유지하고 세계 경제 성장 둔화를 우려하면서 하락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10달러(1.32%) 하락한 배럴당 82.16달러에 마감했다. WTI 가격은 3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런던 ICE 선물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10달러(1.26%) 내린 배럴당 86.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가 떨어진 건 OPEC이 수요 둔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OPEC은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높은 인플레이션, 통화 긴축, 금융시장의 안정성, 기업 및 민간 부채 등이 세계 경제 발전에 잠재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OPEC은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230만배럴 증가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OPEC의 올해 원유 총수요 전망치는 평균 하루 1억190만배럴이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OPEC이 중국의 경제 성장에 따라 세계적인 수요의 전망은 보류했지만, 원유 수요 위축에 대한 경계심이 더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앞서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 산유국 협의체는 오는 5월부터 하루 100만배럴 이상의 추가 감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출처=오일프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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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는 OPEC의 보고서뿐 아니라 올해 들어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영향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 유가는 70~80달러 박스권에서 유지해오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로 60달러대로 떨어졌다. 최근 산유국들이 감산을 발표하면서 배럴당 80달러를 웃돌았다.

미국의 경기 위축 우려도 유가에 부담이다. 미 중앙은행(Fed)이 전날 공개한 3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Fed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발 파장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 완만한 경기 침체(mild recession)가 시작되고, 침체에서 벗어나기까지 2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작년 3월부터 지난 FOMC까지 Fed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으나, 은행 위기를 계기로 의견을 바꾼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가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로버트 요거 미즈호 애널리스트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회복 조짐이 나타나면서 가격을 떠받들 것"이라며 "중국의 3월 원유 수입은 1년 전보다 22.5% 증가하면서 2020년 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