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암울한 전망과 미국 정부의 우방국 도·감청 정보 등을 담은 미국 정부 문서 대량 유출 사건의 범인이 국방부에서 일하는 20대 남성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관련 극비 문서와 우방국에 대한 미국의 감청 내용을 공개한 사람은 게이머들이 즐겨 찾는 소셜플랫폼 디스코드(Discord)에서 전술 비디오 게임 소모임을 운영하는 20대 초중반의 남성"이라고 보도했다. 유출자는 미국 군사 기밀을 다루는 보안시설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게임 소모임 모임의 리더인 ‘OG’라 불리는 20대 남성이 작년부터 직접 다시 작성한 비밀 문서의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처음 게재하기 시작했다. 24명 가량의 이 소모임은 대부분 10대 남성 청소년으로 구성됐다.

WP가 소모임 회원인 청소년 2명과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OG’라고 부르던 리더는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청소년들이 집안에 고립됐던 2020년 비디오 게이머들이 즐겨 찾는 소셜플랫폼인 디스코드에 총과 군사 장비, 전술 등에 대해 관심이 많은 방을 만들었다.

이 곳에서 리더 역할을 한 OG는 작년부터 이상한 약어와 전문 용어가 포함된 메시지를 작성해서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회원들이 관심이 없었으나, OG는 자신이 미국 정부가 일반인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고 수백 건의 메시지를 직접 작성해 올렸다. OG는 자신이 하루 일과 중 일부를, 정부 컴퓨터 네트워크에 보관된 비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 시설에서 보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OG는 매일 메시지를 작접 작성하는 작업이 귀찮아졌는지 작년 말부터 수백 건의 기밀 파일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기 시작했다. WP와 인터뷰한 한 청소년 회원은 OG가 공개한 자료에는 정치 지도자들의 위치와 동선, 군 병력과 관련한 전술적 업데이트, 지정학적 분석, 외국 정부의 미국 선거 방해 노력에 대한 분석 등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모두 그 문서들에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 미사일의 미 본토 타격에 대한 잠재적인 궤적 도표 등도 있었다고 한다.

WP는 인터뷰한 회원들이 OG의 이름과 주소를 알고 있지만, 미 연방수사국(FBI)이 신원과 소재를 찾아내기 전에는 비공개하기로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