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자관람불가.

그 시절 극장 간판에 붉은색으로 떡하니 쓰여있던 글자다.
나름 성숙한 외모라고 자평했던 나는 겨우 중3이었지만 번번이 상영관 입장을 시도했다.

당연히 실패다.

검표 직원에게 쫓겨나며 친구들과 투덜거렸다.
2022년 봄, 코로나19로 멈췄던 일상이 조심스럽게 회복되던 때 <범죄도시 2>는 1000만 관객 영화 목록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기준으로 극장 수익은 반토막이 나고, 이렇게 가다간 한국 영화산업에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걱정하던 때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 영화가 개봉하고 정확히 일주일 뒤, 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영화 등급 분류 심의를 시작했다.

<범죄도시 2>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뉴스에 잠시 의아했다. 내 머릿속에는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 <범죄도시> 속 장첸이 행한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폭력 장면이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숫자를 확인했다. 15, <범죄도시 2>는 청소년관람불가였던 전편과 달리 15세이상관람가 등급을 받은 영화였다.

15는 영화의 흥행을 이야기할 때 꽤 중요한 숫자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초대박 흥행작의 경우 더욱 그렇다. 2023년 4월 현재까지 극장 개봉작 중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총 29편이다.

이 중 한국영화는 20편, 해외영화는 9편이다. 그리고 29편 모두 15세이상관람가 이하의 등급을 받았다. 다시 말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아직 한 편도 1000만 관객 동원 목록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말이다.

마치 15라는 한계선이 있는 것만 같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거둔 작품은 <내부자들>(약 707만 명)이고, 그 뒤를 <범죄도시>(약 688만 명)가 따른다.

1000만 관객 영화 목록 안에서도 15의 흥미로움은 발견된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 20편 중 <국제시장>을 포함해 5편만이 12세이상 관람가이고, 그 외 약 75%의 작품이 모두 15세이상관람가 등급이다. 숫자 15에 어떤 마법이 있는 걸까.

실은 단순하다. 오늘날 한국영화의 등급은 모든 연령이 시청할 수 있는 ‘전체관람가’를 비롯해 ‘12세이상관람가’, ‘15세이상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 그리고 ‘제한상영가’로 나뉜다.

제한상영가는 해당 등급의 영화만을 상영하는 제한상영관에서 상영할 수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제한상영관이 없어 일반 관객이 관람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제한상영가를 제외한 총 4개의 등급 중 하나를 결정받은 작품이다. 예를 들어 12세이상관람가는 만 12세 이상의 사람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로, 등급 분류 고려 요소의 유해성이 경미한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해당 등급의 영화는 보호자의 시청 지도가 있다면 만 12세 이하도 관람할 수 있다. 같은 의미로 14세 청소년도 부모와 함께 극장을 찾는다면 15세이상관람가를 볼 수 있다.

<명량>이 한국영화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기록을 경신하던 때 우리는 극장에 앉은 수많은 중학생을 보았었다.

그런데 청소년관람불가는 안된다. 고등학교 재학 중인 자를 포함해 만 18세 미만의 사람은 보호자와 동행해도 해당 영화를 관람할 수 없다. 학생 관객이 상영관으로 입장할 수 있는지가 15라는 숫자를 기준으로 나뉘는 것이다.

물론 특정 등급을 받는 것이 영화 흥행의 결정적 열쇠는 아니다. 등급은 아주 많은 흥행 변수 중 하나에 불과하다.

최근 심의한 영화 중 폭넓은 팬덤을 가진 아이돌 가수가 주연한 작품이 있었다. 제작사는 12세이상관람가로 등급 신청을 했지만, 심의 위원들은 고민 끝에 15세이상관람가로 등급을 결정했다.

학교 폭력 가해 학생들의 흡연, 욕설, 금품 갈취 장면과 모방위험 요소가 다소 높다고 판단했다. 어쩌면 해당 영화는 12와 15라는 숫자 사이에서 마케팅 전략을 조금은 수정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얼마 전 <범죄도시 3>의 예고편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이 영화가 15세 등급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는 의견을 남겼다. 결과는 곧 영등위 심의 회의에서 정해질 것이다. 과연 이 영화는 어떤 숫자를 표시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