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쟁점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잇따라 직회부되는 것을 두고 여당이 제도 개선을 통한 제동 걸기에 나섰다. 해당 국회법 해석을 헌법재판소에 요구하기로 했다. 불법파업을 벌인 노조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부터 더불어민주당의 본회의 강행처리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11일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법제사법위원회를 우회해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국회법 86조 3항에 대해 여야 사이 의견차가 크다”며 “헌재에 해석을 구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법 86조 3항은 ‘법사위가 이유 없이 회부된 법률안을 60일 이내에 심사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 위원장이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등이 국회 본회의로 직행했다. 노란봉투법의 경우 오는 22일 환경노동위가 직회부를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 법안은 지난 2월 21일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환경노동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법사위에서 한 차례 논의했던 만큼 ‘이유 없이 심사하지 않으면’이란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법사위 논의가 직회부를 막기 위한 보여주기식에 그친 만큼 22일 이후 환노위에서 본회의 직회부를 위한 표결을 한다는 방침이다. 각 상임위는 재적 의원의 60% 이상이 동의하면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할 수 있다.

양쪽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관련 국회법 규정은 ‘헌재행’이 불가피해졌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회법은 정당 사이의 정치적 합의를 근거로 해석되고 집행된다”며 “양당의 해석이 첨예하게 엇갈리면 법원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 제소가 이뤄지면 해당 규정을 근거로 한 본회의 직회부는 당분간 어려워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직회부를 결정하더라도 김진표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헌재 판결에 따라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효력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당에서는 헌재가 민주당 손을 들어주더라도 잃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심의가 이뤄지는 수개월간 민주당이 주도하는 쟁점 법안 강행처리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법안 내용과 상관없이 거부권 행사가 줄을 잇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독단적인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어 부담”이라며 “총선이 1년밖에 남지 않은 만큼 민주당의 독주를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도 의미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전범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