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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공매도 넉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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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공매도 넉아웃
    2021년 1월 미국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을 둘러싸고 개인투자자와 월가 헤지펀드 간에 전쟁이 벌어졌다. 게임스톱 주가 하락에 베팅해 대규모 공매도를 건 헤지펀드를 혼내주자며 개미들이 결집했다. 게임스톱 주가는 10배 이상 단기 폭등세를 이어갔다. 헤지펀드들은 다급해졌다. 폭등한 가격에 허겁지겁 주식을 매수해 공매도 구멍을 메우는 과정에서 큰 손실을 봤다.

    번번이 공매도 세력에 당하기만 했던 다윗, 개미군단이 베테랑 골리앗을 쓰러뜨린 사건은 뉴욕증시에 큰 충격을 던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가의 권력 이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코스피지수가 완연한 상승세로 돌아선 최근 또다시 공매도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주인공은 2차전지 소재 관련주 에코프로 3형제(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 기관의 공매도 집중 공세에도 에코프로 주가는 올 들어 600% 급등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이치엔도 각각 215%, 72% 뛰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48조7000억원으로 포스코와 현대차를 넘어 유가증권시장 6위인 삼성SDI 추월을 눈앞에 뒀다. 개미들이 대거 사들여 만든 기록이다. 올 들어 10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에코프로를 1조원, 에코프로비엠은 7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유튜브와 종목토론방에는 이들 종목 덕분에 벼락부자가 됐다는 인증글이 넘쳐난다. 주가 평가지표인 PER(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 ratio)을 ‘price eco ratio’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실적 전망을 주가와 비교할 필요 없이 무조건 ‘에코’ 계열사면 오른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종목 분석을 포기했다. 지금의 주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주가 급등세가 순식간에 꺾일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쯤에서 게임스톱 개미군단의 운명을 떠올려보자. 영광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주가는 급등락을 거듭했고, 개미들도 큰 손실을 봤다. 현재 주가는 2021년 최고가 대비 4분의 1토막 났다. 삼성전자도 그동안의 반등에도 역대 최고치(9만6800원)와는 한참 떨어져 있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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