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스플레이산업의 마지막 자존심 재팬디스플레이(JDI)가 세계 3위 패널업체 중국 HKC와 손잡고 차세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동 개발한다. 자동차, 웨어러블기기 등에 들어가는 프리미엄 제품의 개발·양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자금 동원력에 강점이 있는 HKC와의 협업을 통해 중소형 OLED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추격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中·日 디스플레이 'OLED 동맹'…애플 납품 놓고 삼성·LG와 격전
JDI는 10일 “HKC와 전략적 협력과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HKC와 차세대 OLED 기술 개발, 공장 건설 등의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JDI는 2012년 일본 정부 주도로 도시바, 소니, 히타치의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가 합쳐져 탄생한 기업이다. 애플에 애플워치용 OLED 등을 납품하고 있다. 납품 비중은 LG디스플레이가 약 80%, JDI가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JDI는 ‘eLEAP’로 알려진 OLED 패널 신기술을 개발 중이다. 반도체 공정 기술을 활용해 더 밝고 수명이 긴 OLED 패널을 제조하는 게 목표다. 2025년까지 eLEAP 생산 라인을 준공할 계획이다. JDI는 자사의 기술력과 HKC의 자금동원력·인력을 활용하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MOU를 맺었다.

JDI는 HKC와의 협업을 통해 2027년엔 웨어러블용 OLED 1위, 2028년엔 자동차·가상현실(VR)·모니터용 OLED에서 정상에 오를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노트북·태블릿 시장에선 2028년 세계 3위에 오르는 게 목표다.

중소형 OLED는 한국 기업들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집중 육성하는 분야다. 애플이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 맥북 등에 OLED 패널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체 간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 JOLED도 중국 기업과 협업했지만 결국 파산했다”며 “JDI가 애플에 납품할 정도로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