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2M(왼쪽)의 클래스 창과 아키에이지 워의 직업 창. /엔씨소프트 제공
리니지2M(왼쪽)의 클래스 창과 아키에이지 워의 직업 창. /엔씨소프트 제공
국내 게임업체에서 지식재산권(IP) 소송이 확전되고 있다. 넥슨이 신생 게임사 아이언메이스를 형사 고소한 데 이어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5일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 행위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측은 “아키에이지 워가 2019년 출시한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장르적 유사성을 벗어나 엔씨소프트의 IP를 무단 도용하고 표절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엔씨소프트가 표절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캐릭터를 육성하는 방식, 게임플레이를 돕는 편의 기능 등이다. 주 무기와 부 무기 등 2종 무기를 혼합하는 리니지2M의 고유 시스템과 일반-고급-희귀-영웅-전설을 지급하는 클래스(직업) 획득 방법, 같은 클래스 4장을 모아 상위 등급에 도전하는 합성 시스템, 클래스를 수집해 능력치가 강화되는 컬렉션 시스템 등이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직업 창 화면 구성이나 텍스트 내용까지 똑같다고 강조했다. 강화를 시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특수 아이템의 명칭과 무기 강화를 위한 주문서 3종의 효과도 일반(+1), 축복(+1~3), 저주(-1) 등으로 같았다.

아키에이지 워는 엑스엘게임즈가 2013년 출시한 아키에이지의 IP를 활용해 개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게임 퍼블리싱은 카카오게임즈가 맡았다. 지난달 21일 출시 후 앱 마켓에서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출시 직후부터 리니지2M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다.

엑스엘게임즈는 국내 1세대 게임 개발자인 송재경 대표가 2003년 창업한 회사다. 그는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함께 국내 최장수 MMORPG인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리니지를 제작했다. 이 때문에 ‘리니지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엑스엘게임즈는 2020년 카카오게임즈 계열사로 편입됐다. 카카오게임즈는 “표절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소장을 검토해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모바일 MMORPG를 주 매출원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 넥슨 ‘히트2’ 등 리니지 시리즈와 비슷한 MMORPG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의 경우 “선을 넘었다”는 판단하에 소송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에도 웹젠의 MMORPG ‘R2M’이 자사의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넥슨은 최근 아이언메이스를 형사 고소했다.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에서 퇴사한 개발자를 주축으로 설립된 회사다. 넥슨은 이들이 퇴사하면서 미출시 프로젝트인 ‘P3’의 데이터를 유출해 ‘다크 앤 다커’ 게임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언메이스는 게임의 전반적인 설계와 배경, 캐릭터 디자인이 P3와 유사하다는 넥슨의 주장에 대해 “두 게임 모두 고전적인 판타지 던전 탐험 게임인 만큼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 게임은 지난달 25일 넥슨의 요청으로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삭제됐다.

넥슨은 법무실 명의의 사내 공지를 통해 “프로젝트 정보 유출 및 활용에 관련된 모든 사람과 법인에 대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끝까지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