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푸틴 압박 나설지 불투명…젤렌스키 대화 시점도 확약 안 해"
폴리티코 "시 주석, 기존입장 고수… 마크롱, 시 움직이는데 실패"
마크롱, 기자회견서 즉흥발언 등 외교적 결례도…"시, 수차례 한숨"
시진핑·마크롱, 우크라 평화협상 촉구했지만…"알맹이 없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한 평화협상 개시를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와 관련해선 언급이 없었던 까닭에 알맹이 없이 선언적 수준에 그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평화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면서도 "러시아가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는데 (자신과) 모스크바와의 밀접한 관계를 활용할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러시아가 이성을 되찾게 하고, 모두를 협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 있어 당신(시 주석)을 의지할 수 있음을 안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프랑스와 함께, 우리는 이성과 자제를 호소한다"면서 민간인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런 시 주석의 발언은 핵전쟁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며 서방을 위협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나 민간인 학살 등 전쟁범죄 의혹을 받는 러시아군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NYT는 짚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평화 회복을 위해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로 거론돼 온 두 가지 사안이 모두 모호하게 남겨졌다는 점이다.

NYT는 "시 주석이 마크롱의 요청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할지 불투명하다.

아울러 시 주석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에 나설 시점도 확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진핑·마크롱, 우크라 평화협상 촉구했지만…"알맹이 없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작년 4월을 마지막으로 평화협상을 열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내 점령지에 대한 영유권 인정을,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크림반도 반환 등을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상황이어서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 주석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면서 시 주석을 우크라이나에 초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 20∼22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난 시 주석은 젤렌스키 대통령과는 아직 직접적인 대화를 하지 않은 상황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찾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시 주석은 조건과 시간이 적절할 때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야기하겠다고 재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시 주석이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시 주석을 움직이는데 실패했다"면서 "시 주석은 '모든 측'이 '합리적인 안보상 우려'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는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대해 보여온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 외교관은 1시간 반에 걸친 이날 회담 중 "마크롱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지 말 것을 촉구하자, 시 주석은 이 전쟁은 자신의 전쟁이 아니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시진핑·마크롱, 우크라 평화협상 촉구했지만…"알맹이 없었다"
한편, 폴리티코는 두 정상의 서로 다른 스타일이 기자회견장에서 중국에 대한 외교적 결례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세심하게 정제된 원고를 그대로 읽은 시 주석에 이어 발언대에 선 마크롱 대통령은 거의 두배나 긴 시간 동안 발언을 이어갔고, 이에 시 주석이 불쾌감을 보였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를 지키기 위한 공동의 책임 등과 관련한 즉흥적 발언을 늘어놓을 때는 수차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은 7일에는 광저우로 이동해 추가회담을 하고 만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