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지난해 3월(4.1%) 후 1년 만에 최저 상승률이다. 하지만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결정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압력과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어 물가 불안은 여전하다.

물가 1년 만에 최저지만…유가·공공요금이 변수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2% 올랐다. 2월(4.8%)보다 상승률이 둔화됐다. 전월 대비로는 0.2% 올랐다.

그동안 물가 상승의 주범이던 석유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이 컸다. 최근 국제 유가가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4.2% 하락했다. 2020년 11월(-14.9%) 후 최대 낙폭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각각 17.5%와 15.0% 내렸다.

하지만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28.4% 급등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후 최고치다. 생선·해산물·채소·과일 등을 포함한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7.3% 뛰었다. 특히 늦겨울 한파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신선채소 가격이 13.9%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4.8% 올랐다. 2월과 상승폭이 같다. 근원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것은 2021년 1월 후 2년여 만이다. 소비자물가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변동성이 큰 농산물·석유류를 빼면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불안 요인도 남아 있다. OPEC+가 지난 2일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 감산을 결정하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류한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언제 재개할지도 변수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