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교체 통해 M&A·글로벌 경영 방점찍은 제약·바이오 기업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경영 복귀
차석용 전 LG생건 부회장, 휴젤 회장 선임
차석용 전 LG생건 부회장, 휴젤 회장 선임
올해에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수장 교체 바람이 이어졌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이 인수합병(M&A) 속도를 높이기 위해 2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 LG생활건강을 18년 간 이끌면서 M&A 귀재로 불린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은 휴젤 회장 자리에 올랐다. 한미약품과 코오롱생명과학도 신임 경영진 시대를 열었다.
현장 복귀 이유에 대해 서 회장은 "불확실성 높은 경제 상황이 내년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경제 위기 상황엔 기회가 공존하는데 이럴 땐 오너가 신속하게 책임감을 갖고 의사결정을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 중심의 셀트리온을 신약 개발 기업으로 체질 전환하고, 저평가된 기업들의 M&A에 적극 뛰어들기 위해 복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이사회 의장 겸 바이오노트 회장도 바이오노트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지 2년 만에 다시 의장 자리에 올렸다. 동물용 진단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바이오노트는 에스디바이오센서에 코로나19 진단키트 반제품 등을 공급했다. 대유행(팬데믹) 직전인 2019년 4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2020년 6315억원, 2021년 6223억원으로 폭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지난해 매출이 4797억원으로 꺾였다.
조 회장이 수익성 악화 기로에 선 바이오노트의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평가다. 동물용 진단의 미국 진출 속도를 높이고, 관계사인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인수한 미국 메리디언과의 협력 관계를 확대하는 데 조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차 회장은 2005~2022년 LG생활건강을 이끌면서 28건의 M&A를 진두지휘했다. 휴젤의 주력 제품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와 필러 '더채움', 화장품 브랜드 '웰라쥬' 등이다. 지난해 매출의 55.1%인 1607억원을 보툴렉스를 통해 올렸다. 더채움 941억6500만원, 웰라쥬 209억200만원 등이다. 차 회장 취임과 함께 휴젤은 신사업 개발에 나서겠다고 공표했다.
코오롱생명과학도 변화를 택했다. 임기가 1년 가량 남은 이우석 대표가 물러나고 코오롱티슈진 최고의학책임자(CMO)로 코오롱그룹과 인연을 맺은 김선진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제약사인 코오롱제약은 김 대표가 운영하던 플랫바이오를 흡수합병했다. 김 대표는 코오롱제약의 각자대표로도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가 코오롱그룹의 제약·바이오 부분 법인인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제약, 코오롱티슈진 등의 경영과 연구개발(R&D)을 맡게 되면서 사실상 그룹의 제약·바이오 부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김 대표 취임과 함께 코오롱생명과학은 바이오 분야와 상관없는 수처리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김 대표는 세계 1위 병원인 엠디앤더슨에서 19년 간 임상이행연구와 동소이식 동물연구 등에 집중해왔다. 코오롱그룹이 김 대표를 중심으로 제약·바이오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경영진을 바꾸면서 '세대교체' 의미를 담았다. 한미약품의 R&D 동력을 이어오던 이관순 전 부회장과 권세창 전 대표, 우종수 전 대표가 모두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들을 대신해 의약품 제조공정 전문가인 박재현 신임 대표가 선임됐다.
박 대표와 함께 서귀현 연구개발(R&D)센터장, 박명희 국내사업본부장이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의장은 신유철 사외이사가 맡기로 했다. 생산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연구개발 등 전문가가 주축이 돼 회사를 이끌겠다는 의미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올바이오파마도 공동대표 체제에 변화를 줬다. 연구개발 출신 박승국 공동대표가 물러나고 영업 마케팅 전문가인 박수진 대웅제약 전문의약품 영업본부장이 공동대표에 올랐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의 자회사다.
박수진 대표는 2020년 합류한 정승원 대표와 함께 한올바이오파마를 운영할 계획이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에서 마케팅 임원을 지낸 정 대표는 임상개발을, 박 대표는 영업 관리 생산 등을 총괄할 계획이다.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서 북아시아 총괄 사장 등을 지낸 최태홍 사장은 하나제약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2013~2019년 보령(옛 보령제약) 대표, 2019~2022년 대원제약 사장을 지냈다. 보령에서 카나브 수출 계약을 이끄는 등 글로벌 경영 역량을 발휘했다.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하나제약이 최 대표 취임 후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높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진제약은 오너 2세인 최지현, 조규석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2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최 부사장은 최승주 공동회장의 차녀, 조 부사장은 조의환 공동회장의 차남이다.
차바이오텍은 오상훈 단독대표 체제를 오상훈·이현정 각자대표 체제로 바꾸면서 경영진에 변화를 줬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이 대표는 삼양바이오팜USA 대표를 지낸 신약 임상개발 전문가다. 오 대표가 사업 부문을, 이 대표가 R&D 부문을 맡으면서 사업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4월 4일 8시 44분 게재됐습니다.
경영쇄신 위해 구원 등판한 회장님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주총회와 이사회 시즌의 하이라이트는 서정진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였다. 서 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총과 이사회에서 2년 임기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선임됐다.현장 복귀 이유에 대해 서 회장은 "불확실성 높은 경제 상황이 내년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경제 위기 상황엔 기회가 공존하는데 이럴 땐 오너가 신속하게 책임감을 갖고 의사결정을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 중심의 셀트리온을 신약 개발 기업으로 체질 전환하고, 저평가된 기업들의 M&A에 적극 뛰어들기 위해 복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이사회 의장 겸 바이오노트 회장도 바이오노트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지 2년 만에 다시 의장 자리에 올렸다. 동물용 진단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바이오노트는 에스디바이오센서에 코로나19 진단키트 반제품 등을 공급했다. 대유행(팬데믹) 직전인 2019년 4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2020년 6315억원, 2021년 6223억원으로 폭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지난해 매출이 4797억원으로 꺾였다.
조 회장이 수익성 악화 기로에 선 바이오노트의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평가다. 동물용 진단의 미국 진출 속도를 높이고, 관계사인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인수한 미국 메리디언과의 협력 관계를 확대하는 데 조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휴젤·한미약품 등 체질 전환 예고
휴젤과 코오롱생명과학, 한미약품은 각각 대표를 교체하면서 기업 체질 전환을 예고했다. 휴젤은 셀트리온처럼 M&A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달 30일 정기 주총과 이사회를 통해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을 회장 겸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차 회장은 2005~2022년 LG생활건강을 이끌면서 28건의 M&A를 진두지휘했다. 휴젤의 주력 제품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와 필러 '더채움', 화장품 브랜드 '웰라쥬' 등이다. 지난해 매출의 55.1%인 1607억원을 보툴렉스를 통해 올렸다. 더채움 941억6500만원, 웰라쥬 209억200만원 등이다. 차 회장 취임과 함께 휴젤은 신사업 개발에 나서겠다고 공표했다.
코오롱생명과학도 변화를 택했다. 임기가 1년 가량 남은 이우석 대표가 물러나고 코오롱티슈진 최고의학책임자(CMO)로 코오롱그룹과 인연을 맺은 김선진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제약사인 코오롱제약은 김 대표가 운영하던 플랫바이오를 흡수합병했다. 김 대표는 코오롱제약의 각자대표로도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가 코오롱그룹의 제약·바이오 부분 법인인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제약, 코오롱티슈진 등의 경영과 연구개발(R&D)을 맡게 되면서 사실상 그룹의 제약·바이오 부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김 대표 취임과 함께 코오롱생명과학은 바이오 분야와 상관없는 수처리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김 대표는 세계 1위 병원인 엠디앤더슨에서 19년 간 임상이행연구와 동소이식 동물연구 등에 집중해왔다. 코오롱그룹이 김 대표를 중심으로 제약·바이오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경영진을 바꾸면서 '세대교체' 의미를 담았다. 한미약품의 R&D 동력을 이어오던 이관순 전 부회장과 권세창 전 대표, 우종수 전 대표가 모두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들을 대신해 의약품 제조공정 전문가인 박재현 신임 대표가 선임됐다.
박 대표와 함께 서귀현 연구개발(R&D)센터장, 박명희 국내사업본부장이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의장은 신유철 사외이사가 맡기로 했다. 생산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연구개발 등 전문가가 주축이 돼 회사를 이끌겠다는 의미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지씨셀·하나제약·한올바이오 등도 경영진 변화
미국 관계사인 아티바바이오테라퓨틱스를 통해 자연살해(NK)세포 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는 지씨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을 지낸 제임스 박 대표를 선임했다. 박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글로벌영업센터장을 지냈다. 박 대표와 함께 김호원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선임했다. 김 CTO는 미국 보스턴 랩센트럴에 입주한 바이오 기업 K2B의 최고과학책임자(CSO)를 지냈다. 미국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일 것이란 평가다.한올바이오파마도 공동대표 체제에 변화를 줬다. 연구개발 출신 박승국 공동대표가 물러나고 영업 마케팅 전문가인 박수진 대웅제약 전문의약품 영업본부장이 공동대표에 올랐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의 자회사다.
박수진 대표는 2020년 합류한 정승원 대표와 함께 한올바이오파마를 운영할 계획이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에서 마케팅 임원을 지낸 정 대표는 임상개발을, 박 대표는 영업 관리 생산 등을 총괄할 계획이다.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서 북아시아 총괄 사장 등을 지낸 최태홍 사장은 하나제약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2013~2019년 보령(옛 보령제약) 대표, 2019~2022년 대원제약 사장을 지냈다. 보령에서 카나브 수출 계약을 이끄는 등 글로벌 경영 역량을 발휘했다.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하나제약이 최 대표 취임 후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높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진제약은 오너 2세인 최지현, 조규석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2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최 부사장은 최승주 공동회장의 차녀, 조 부사장은 조의환 공동회장의 차남이다.
차바이오텍은 오상훈 단독대표 체제를 오상훈·이현정 각자대표 체제로 바꾸면서 경영진에 변화를 줬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이 대표는 삼양바이오팜USA 대표를 지낸 신약 임상개발 전문가다. 오 대표가 사업 부문을, 이 대표가 R&D 부문을 맡으면서 사업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4월 4일 8시 44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