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1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위축됐다. 미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졌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비관론도 여전히 힘이 세다. 지난달 미국과 유럽발 은행 위기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휘청이면서 M&A들이 미뤄진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는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을 인용해 1분기 글로벌 M&A 규모가 5751억달러(약 753조원)로 1조1000억달러(약 1441조원)를 기록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5657억달러를 기록했던 2012년 이후 최저치다. 딜로직은 “100억달러 이상 대형 딜 거래 건수가 특히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유럽이 큰 타격을 받았다. 1분기 유럽의 M&A 규모는 818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0% 급감했다. 미국의 M&A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2827억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이 기간 29% 줄었다.

지난해 전 세계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 1분기까지 이어진 여파다. Fed는 올 들어 두 차례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각각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4.75~5.0%다. 지난해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하며 ‘제로 금리’에서 벗어난 지 1년 동안 4.5%포인트를 올렸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은행 위기를 촉발했다. 지난달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뱅크가 잇따라 파산하며 공포 심리가 확산됐고, 이전부터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던 세계 9위 IB인 크레디트스위스의 파산으로 이어졌다. 이후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 등도 위기설에 휩싸였다. 은행 위기가 신용경색을 촉발해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M&A를 주관하는 투자은행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진행 중이던 M&A들에도 제동이 걸렸다. 아누 아이엔가르 JP모간 글로벌 M&A 헤드는 “1분기는 예상보다도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였다”며 “몇몇 딜 체결 발표들이 연기됐다”고 말했다.

미 로펌 커클랜드앤엘리스의 파트너 변호사 다니엘 울프는 “향후 1년~1년반 안에 금융시장이 개선되고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지금은 인수합병(M&A)에 좋은 시기일 수 있다”면서도 “현재의 자금 조달 환경이 몇 년간 지속될 경우 과대평가된 매물을 산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