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것은 갈수록 내수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전월 대비)했고, 소비자심리지수는 9개월째 기준선(100)을 밑돌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수출에 이어 내수까지 흔드는 상황이다.

100만명에 3만원 숙박 쿠폰…中企근로자에 여행비 10만원
문제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내수 활성화 대책은 꺼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무차별적인 현금살포성 정책을 지양하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철학과 맞지 않는다. 올해 10조원 이상의 ‘세수 펑크’ 우려가 나오는데 무작정 돈을 쓸 수도 없다. 재정 투입이 간신히 둔화세로 돌아선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해야 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실무진에게 “돈을 쓰지 않되 내수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보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관광 분야에 지원을 집중하는 ‘타기팅 내수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총 600억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해 국내 여행비용을 줄여주고 휴가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숙박을 예약하는 관광객에게 3만원을 할인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관광객이 유원시설 입장권을 예매할 경우엔 1만원짜리 할인쿠폰을 준다. 5월에는 KTX 4인 동반석을 이용하는 다자녀 가정과 임신부 동반 이용객의 요금을 최대 50% 할인해준다. 6월에는 지역 숙박을 예약하거나 시설 입장권을 구매하는 관광객에게 주말 30%, 주중 50%의 KTX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또 중소·중견기업 근로자와 소상공인 등 최대 19만 명에게 10만원의 국내 여행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공무원의 연가 사용을 촉진하고 봄철 학교 재량휴업 및 교외 체험 학습을 권장해 공공과 민간의 휴가 사용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5월에는 전국 모든 면세점이 참여해 최대 20%의 가격을 할인해주는 ‘코리아 듀티프리 페스타’를 연다.

취약계층의 생계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도 담았다. 4~6월엔 소비자 부담이 높은 농축수산물에 대해 1인당 1만원 한도 내에서 20%를 할인해준다. 닭고기와 대파, 무 등 수급이 불안한 품목은 할당관세를 적용해 가격을 낮춘다. 추 부총리는 “물가 안정 기조하에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맞춤형 내수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으로 내수가 되살아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