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아마게르 바케’ 자원회수시설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아마게르 바케’ 자원회수시설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마포구 상암동에 들어설 자원회수시설(생활폐기물 소각장)의 전면 지하화 계획을 주민 의사에 따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주민들이 원하는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시설을 만들기 위해 지하라는 한계를 두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기존 시설 철거도 ‘신규 자원회수시설 건립 후 9년’으로 정한 시점보다 보다 일찍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소각장 겸 열병합발전시설 ‘아마게르 바케’를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마포 자원회수시설 계획에 일부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을 밝혔다. 먼저 지하화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고려한 계획인 만큼 원하지 않으면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100% 지하화가 유일한 해법인지 주민들과 대화해 볼 것”이라며 “아마게르 바케처럼 창의적인 용도, 외관 등이 나오고 주민들이 선호한다면 지상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시민들이 자원회수시설 ‘아마게르 바케’의 스키슬로프에서 놀이를 즐기고 있다. /공동취재단
덴마크 코펜하겐 시민들이 자원회수시설 ‘아마게르 바케’의 스키슬로프에서 놀이를 즐기고 있다. /공동취재단
현재 신규 시설 건립 후 9년간 기존 자원회수시설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아마게르 바케는 신규 시설 완공 후 3개월 만에 기존 시설을 철거했다. 오 시장은 “쓰레기 발생량을 바탕으로 계산해 9년간 병존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기간을 줄일 수 있는지 토론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 시장은 마포 자원회수시설을 아마게르 바케와 같은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아마게르 바케는 국토 대부분이 평지인 덴마크의 지리적 특성을 역발상으로 이용한 시설이다. 소각장 지붕에 인공 언덕을 조성하고, 사계절 내내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다. 덴마크 여왕이 살고 있는 궁전에서 고작 2㎞ 떨어진 장소로 200m 거리에는 458가구 규모의 아파트단지도 있었지만 주민들 반대는 없었다.

아마게르 바케 안으로 들어가니 쓰레기 트럭이 들어오는 집하장에는 거대한 트럭들이 끊임없이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덴마크 전역과 인근 국가에서 모인 쓰레기가 매일 1500t씩 들어온다. 트럭이 모이는 집하장을 제외하곤 냄새도 많이 나지 않았다. 올레폴센 람볼사 본부장은 “음압 병실과 같은 방식으로 소각장 내부 공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한다”며 “모인 내부 공기는 소각로에 필요한 산소를 제공하는 데 사용한다”고 했다.

악취와 함께 크게 신경 쓰는 것은 소각 시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정화다. 아마게르 바케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은 7.92ppm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과 유럽의 배출 기준을 모두 크게 밑돈다. 황산화물, 염화수소, 미세먼지 등도 발생 허용량에 미치지 못한다. 다양한 포집 과정을 통해 오염물질을 걸러내기 때문이다.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매출도 상당했다. 소각 과정에서 생산된 열(난방)과 전력은 인근 지역에 판매된다. 쓰레기 처리 비용과 열, 전력 판매 비용을 합치면 연간 3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오 시장은 “이곳은 덴마크 사람들의 자부심이고, 시민들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며 “마포자원회수시설 역시 시민들이 사랑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작년 8월 새 광역자원회수시설 후보지로 상암동 현 소각장 부지를 선정했다. 2026년까지 기존 시설 옆에 하루 처리 용량 1000t 규모의 시설을 지을 계획이지만 마포구는 ‘소각장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코펜하겐=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