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동 전경. 사진=신민경 기자
서울 여의도동 전경. 사진=신민경 기자
잇단 펀드 부실사태와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의기투합하기로 했습니다. '적격펀드 분배금 과세'부터 '고난도 펀드(파생상품이 포함돼 투자자 이해가 어렵고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20% 이상인 상품) 규제 합리화'까지 산적한 현안들을 직접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겁니다.

17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최근 업계 현안에 대한 각사 의견을 공유하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비공식 협의체'를 꾸렸습니다. 이번 협의체 구성은 일단 사모운용사들간 접점부터 늘리자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제안에 따른 건데요. 대형 공모운용사나 증권사들의 경우 여러 대표들이 모이는 공식·비공식적인 자리가 많은 반면, 사모운용사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터진 2020년 이후로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사실상 두 달마다 열리는 금융투자협회 사장단 회의 이외엔 대표들이 모일 기회가 전혀 없었다"며 "이러던 중 지난 1월 서유석 회장의 협회장 취임 이후 열린 첫 사모운용 사장단 회의를 즈음해 대면의 필요성이 언급됐고, 협의체 성격의 모임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협의체로서 첫 회동은 오는 20일 이뤄집니다. 이들 사모 운용사들은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사장단 회의와 같은 주기로 협의체 회의를 갖기로 했습니다. 이달 23일 열릴 비공개 사장단 회의에서 △금투세 세제 개정안 수정 △기업성장 집합투자(BDC) 법제화 진행 상황 공유 등이 주요하게 논의될 것이어서, 협의체에서도 관련 내용을 의논할 전망입니다.

사장단 회의는 사모펀드 운용사라면 어느 곳이나 참여할 수 있지만, 이번 협의체에는 비대체·부동산·혼합자산 등 대체자산 세부 유형별로 대표자 격인 기업들만 우선 동원됐습니다. 브이아이피자산운용(VIP자산운용)과 DS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NH헤지자산운용 등 10곳 안팎의 운용사 대표가 협의체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이 협의체에 가급적 참석하며, 업계 의견을 수렴하겠단 입장입니다. 업계가 이 조직을 단순 모임이 아닌 협의체 성격으로 인식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사모 운용사들은 협의체 결성을 계기로 업계 지원방안이 적극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12월 결산 자산운용사 344곳 중 절반 수준인 167곳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들 적자 자산운용사 중 대부분이 사모펀드 운용사였고요. 2019년과 2020년 라임·옵티머스 등 대규모 펀드 부실사태가 터지며 투자자 신뢰가 훼손되자, 펀드 설정과 자금 모집 부담이 가중된 영향도 컸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작년 말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앞두고 겪은 혼란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 강경합니다. 작년 7월 정부가 공개한 세법 개정안엔 펀드 분배금을 금융투자소득이 아닌 배당소득으로 일원화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금투세 부과 시스템 구축의 어려움을 호소해온 은행과 증권사 등에겐 유리한 것이지만, 사모펀드 운용사들로선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변화였습니다.

사모운용사들 입장에서는 회사의 존폐를 위협받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금투세 TF에 사모펀드 운용사는 참여대상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업계는 작년말 국회에 '금투세 중 펀드 분배금 소득분류 개정안' 반대 탄원서를 전달했습니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작년 말 금투세 논란 등으로 사모운용사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있지 않을 뿐더러, 중요 정보들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단 점을 체감했다"며 "기본적으로는 각사 현황과 주요 현안을 공유하는 자리이지만, 서 회장이 협의체 회의 참석 의사를 밝히기도 한 만큼 정책 중간자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