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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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원에 달하는 형의 사망보험금을 지적장애인 형수로부터 빼돌린 동생이 재판에 넘겨졌다. 친고죄 적용 대상이라 고소가 어려웠지만, 검찰이 '지정고소인' 제도를 활용했다.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횡령,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혐의로 A씨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9일 밝혔다. 당초 A씨는 자신이 작성한 처벌 불원서에 형수의 날인을 받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친족상도례 규정'으로 처벌을 면하려 한 것이다.

당초 이 사건은 형의 사망보험금을 사용하는 A씨를 수상하게 여긴 전북 지역 장애인단체가 수사를 의뢰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2014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 형의 사망보험금 2억3500만원을 형수로부터 빼앗아 사용하고, 형수의 집을 허위 부동산 매매 계약서로 자신의 명의로 등기 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증거 자료로는 혐의가 명백했으나 A씨가 제출한 형수 명의 처벌불원서가 난관이었다. 2021년 12월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된 후 장애인 재산범죄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법이 개정되기 전에 벌어져 개정된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피해자인 형수가 시동생의 처벌을 원치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검찰은 '지정고소인 제도'를 이용했다. 형사소송법 228조에 규정된 이 제도는 '친고죄에 대해 고소할 자가 없는 경우, 이해관계인의 신청이 있으면 검사는 10일 이내에 고소할 수 있는 자를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검사는 정읍지청 내부 회의를 거쳐 이해관계인을 장애인단체로 지정했다. 비장애인인 형수의 아들은 A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어 이해관계인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해관계인인 장애인단체가 검사에게 고소인 지정을 요청했고, 검사는 국선변호인을 고소인으로 정했다. 이후 고소장을 받은 검사는 사건을 조사한 뒤 A씨를 기소했다.

전주지검 정읍지청장은 "장애인 피해자를 위해 나서줄 경제 공동체가 없는 경우 여태껏 실무에서 쓰인 사례가 없는 지정고소인 제도가 좋은 대안이 된다"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