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 8시 '대기번호 300번'…"빵 10만원어치 샀어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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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맛이길래 '오픈런'까지…핫플 등극
평일 오전에도 대기열 늘어서…"식사빵 각광"
평일 오전에도 대기열 늘어서…"식사빵 각광"

부슬비가 내리는 9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계동 '런던 뮤지엄 베이글' 앞. 개점 시간에 맞춰 수십명이 줄을 서 있었다. 회사 연차를 내고 가게를 찾았다는 직장인 김모 씨(28)는 "평일에는 그나마 대기가 없다고 해서 왔는데도 대기번호 100번대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최근 베이글이 MZ(밀레니얼+Z)세대에 인기를 끌면서 베이글이 유명한 베이커리 앞은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이른바 '국내 베이글 3대 맛집' 중 가장 대기가 심한 곳으로 꼽힌다. 2021년 9월 개점한 안국점 앞에서는 지금도 매일같이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줄을 서는 모습)이 벌어진다.
김 씨처럼 평일 아침 일찍 찾아도 대기번호가 100번대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해외에 온 듯한 영국풍 인테리어와 매일 아침 직접 만드는 수제 베이글 맛집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세를 탄 결과다.

함께 줄을 선 기자도 오전 8시30분에 대기 번호 100번을 받았다. 입장에는 한 팀당 1~2분 남짓의 시간이 소요됐다. 기자는 한 시간가량 지난 9시37분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매장 대기 등록은 휴대폰을 이용해 할 수 있다. 개점 시간인 8시부터는 현장 대기 등록, 평일(월~목요일) 9시부터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원격 대기 신청도 받는 시스템이다. 오전 9시 이후에는 현장에 없는 대기자까지 있어 한 시간만 지나도 대기번호가 300번대까지 급속도로 늘어났다.

베이글 구매 개수 제한은 따로 없었다. 다만 오후에 매장을 찾으면 구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날 오전 9시40분께 직원은 "현재 대기하면 포장과 매장 내 취식 모두 3시간이 기다려야 한다"며 "어제(8일)의 경우 오후 2시30분에 대기가 마감됐다. 3시가 되면 베이글이 모두 소진된다"고 귀띔했다.
여성 고객이 다수였지만 종종 남성 고객도 눈에 띄었다. 10만원어치를 샀다는 30대 남성 직장인 이모씨는 한 손 가득 베이글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그는 "베이글 20개 정도 샀다. 모두 여기 베이글 맛을 궁금해해서 회사 동료들 것까지 구입했다"고 말했다.
안국점(본점), 도산점 매장 두 곳을 운영 중인 런던 뮤지엄 베이글은 '베이글 맛집'을 넘어 관광객들까지 찾았다. 베이커리의 영국풍 인테리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여성 손님들이 보이는가 하면 매장 직원은 능숙하게 일본어를 구사하며 일본인 관광객 10여명을 안내하기도 했다.

베이글은 MZ세대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B국민카드가 디저트 전문점의 카드 매출액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베이글 전문점의 매출은 최근 4년간(2019년 대비 2022년) 3배(216% 순증)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베이글 매출만 떼어놓고 봐도 전년보다 2배가량(86%) 증가해 디저트 품목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밀가루와 소금, 효모로 반죽을 만들어 고리 모양으로 구운 베이글은 최근 식사빵으로 수요가 늘었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지난 1월 이마트 내 베이커리 매장에서 베이글·모닝빵·식빵 등 식사 빵류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고 특히 베이글 매출은 42% 증가했다.
베이글 열풍 속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떠오를 정도로 수제 베이글 전문점도 꾸준히 늘어났다. 국민카드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9~2022년) 베이글 전문점 가맹점 수는 117% 증가했다. '코끼리 베이글'과 '마더린러 베이글'을 포함한 베이글 3대 맛집 모두 줄을 서야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선 앞으로 베이글이 식빵을 대체할 정도의 대중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는 관측도 나온다. 관련 기업들도 트렌드에 맞춰 베이글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이달 들어 전국 3400여 매장에서 신제품 한국형 베이글을 선보이고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23일 베이글 식사빵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