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중앙박물관 15일 개막…장곡사·개운사 불상·복장유물 한자리에
불상과 그 안에 담긴 간절한 마음…'만월의 빛 정토의 빛' 전시
복장(腹藏) 유물은 불상이나 불화 안에 모시는 경전, 사리 등을 일컫는다.

주로 생명력과 신성함을 상징하는 물건을 안치한다.

부처님 몸 안에 모셔진 만큼 복장 유물 역시 귀한 의미가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불교중앙박물관은 불상과 복장 유물을 함께 만날 수 있는 '만월의 빛 정토의 빛' 기획전을 이달 15일부터 6월 25일까지 연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충남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및 복장 유물, 서울 개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복장 유물 등 두 불상과 복장 유물 28건 33점을 한 공간에서 보여준다.

박물관장인 미등 스님은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부처님과 복장 유물을 같이 모시려면 여러 어려움이 따르는데 이렇게 (한 공간에서) 같이 전시하는 건 아마 처음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장곡사와 개운사 두 영역을 '만월의 빛'과 '정토의 빛'으로 나눠 구성된다.

불상과 그 안에 담긴 간절한 마음…'만월의 빛 정토의 빛' 전시
지난해 국보로 승격된 장곡사 불상은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 후기 금동 약사불이다.

인간의 질병이나 재앙 등의 고통을 없애주는 약사여래를 형상화했는데, 약 그릇인 약합(藥盒)을 들고 온화하고 자비로운 표정을 보여준다.

14세기 불교 조각 특징이 잘 남아있는 불상으로 꼽힌다.

특히 불상에서 나온 발원문(發願文·부처에게 비는 소원을 적은 글)은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10m가 넘는 이 발원문에는 시주자와 발원자 등 1천여 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등 스님은 "발원문에 1천명이 넘는 사람이 동참했다는 것은 국가적 차원 혹은 국가적 관심사에서 (불상 조성 등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불상과 그 안에 담긴 간절한 마음…'만월의 빛 정토의 빛' 전시
이 중 승려 '백운'(白雲)은 1377년 간행된 세계 최고 금속활자 인쇄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을 편찬한 백운 경한(1298∼1374)과 동일한 인물로 추정된다.

전시장에는 비단 주머니 등 복장 유물과 함께 '직지' 영인본(影印本·원본을 사진이나 기타 방법으로 복제한 것)과 재현본도 전시할 예정이다.

서울 개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중심으로 한 전시 영역에서는 9∼13세기에 걸쳐 사성(寫成·경전을 베껴 쓰는 일)되거나 간행된 '화엄경' 등 총 15점의 복장 유물이 공개된다.

불교 경전 내용과 교리를 나타낸 변상도(變相圖) 중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제 28 변상도' 등이 전시에서 직접 볼 수 있다.

불상과 그 안에 담긴 간절한 마음…'만월의 빛 정토의 빛' 전시
미등 스님은 이번 전시의 핵심은 '단순함(심플) 그리고 비움'이라고 언급하며 "장곡사 부처님께서 국보로 승격된 것을 기념하며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복장 유물에 주목하게 됐다"며 설명했다.

한편, 박물관은 출토지가 명확히 확인된 보살 입상으로는 최대 크기로 알려진 '양양 선림원지 출토 금동보살입상'을 비롯해 신라의 사찰 터에서 출토된 유물을 다루는 전시를 올해 5월께 열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조계종 18교구 본사인 백양사를 중심으로 하는 기획전도 검토 중이다.

미등 스님은 향후 박물관의 역할 및 기능과 관련, "최근 박물관은 오래된 유물보다 의미와 가치가 있는 유물 중심으로 가는 추세"라며 "현대적 흐름에 맞는 전시 기법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상과 그 안에 담긴 간절한 마음…'만월의 빛 정토의 빛' 전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