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사옥.  /사진=엘앤에프
엘앤에프 사옥. /사진=엘앤에프
2018년 GS그룹은 고민에 휩싸였다. 손실만 쌓이는 2차전지 사업에 골머리를 썩었다. 결국 2차전지 계열사 GS이엠은 공중분해 됐다. GS이엠은 당시 익산 양극재 공장을 LG화학에 매각했다. 익산 공장은 LG화학의 양극재(연 생산량 5000t) 핵심 설비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범 GS그룹은 달랐다. 테슬라와 양극재를 직거래하는 엘앤에프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GS그룹 창업주인 고 허만정 명예회장의 증손자 허제홍 새로닉스 사장이 이끈다. 새로닉스는 보유한 엘앤에프 지분가치만 1조330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이 회사 시가총액은 3600억원대에 불과하다.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3배 수준으로 극도로 저평가 상태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새로닉스는 엘앤에프 최대 주주로 보유 지분은 14.22%(518만7882주)에 달했다. 새로닉스가 보유한 엘앤에프 지분가치는 6일 종가 기준으로 1조3384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회사 시가총액은 보유한 엘앤에프 지분가치를 크게 밑돈다. 전날 종가를 반영한 시가총액은 3615억원에 그쳤다.

새로닉스는 허제홍 사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65.29%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1968년 열쇠 업체로 출범했다가 2000년대 들어 액정표시장치(LCD)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로 변신했다. 새로닉스는 2000년 엘앤에프를 세우고 2차전지 양극재 사업을 전개했다. 엘앤에프는 실적이 들쭉날쭉했고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2020년 LG에너지솔루션, 2021년 SK온과 1조원대 양극재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테슬라와도 양극재 직거래 계약을 체결하면서 엘앤에프 실적은 괄목할 만큼 늘었다.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01.6% 늘어난 2662억원으로 집계됐다.

엘엔에프 실적이 뜀박질하면서 새로닉스 수익도 늘었다. 새로닉스는 지분법 이익 형태로 엘엔에프 실적을 반영해 지난해 당기순이익 913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실적 기준 새로닉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배에 불과했다. 에코프로(26배), 포스코케미칼(131배) 등에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자회사인 엘엔에프 지분가치가 더 불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회사는 테슬라와 내년 초부터 2025년 말까지 2년 동안 29억달러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지난달 28일 공시하기도 했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54.9% 늘어난 4124억원으로 추정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