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는 국내 과일 재배 지도까지 바꿔놨다. 경북 영주와 대구에서 사과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최적의 재배지’를 찾아 유목민처럼 강원도로 이주하고 있다. 제주가 중심이던 감귤 생산지가 남해안 일대와 강원 해안가로 확대된 것도 지구온난화에 뿌리가 닿아 있다. 주요 과일 재배지가 서서히 북상하고 있는 것이다.

50년 뒤에는 국산 사과를 맛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발표한 ‘6대 과일의 재배지 변동 예측 결과’에 따르면 사과는 과거 30년의 기후 조건과 비교할 때 한강 이남에선 재배 가능지가 거의 사라질 전망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2070년대에는 강원 일부 지역에서만 사과를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사과가 새 소득원으로 떠올랐다. 2017년 5550t에 불과하던 강원도의 사과 생산량은 지난해 2만4852t으로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 정선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노모씨(60)는 “안동 집하장에서 정선 사과가 나온다고 하면 유통업자들이 몰려들어 서로 사겠다고 경쟁한다”고 했다.

정선=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