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독일은 내주 IAEA 이사회서 공개규탄 주장
미국은 "경위 명확히 규명돼야" 유보적 태도…최종결정은 아직

미국과 유럽이 이란의 핵 개발과 관련한 대응 수위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유럽, 이란 핵시설 '공개규탄' 등 대응 수위에 온도차"
외교가 소식통들에 따르면 서방 국가들은 최근 이란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 입자를 발견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와 관련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IAEA는 지난 1월 사찰 보고서를 통해 포르도 시설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농도가 84%에 이르는 고농축 우라늄 입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핵무기는 통상 90% 이상 농축된 우라늄에서 생산된다는 점에서 이란이 기술적으로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수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오는 6일 열리는 IAEA 정기이사회 회의에서 이란을 공개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이에 반대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은 IAEA가 고농축 우라늄 입자가 나온 경위를 명확히 규명하기 전까지는 이란을 공개적으로 규탄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IAEA는 해당 입자가 의도치 않게 발생했을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경위 파악을 위해 이날 이란으로 향한 상태다.

미국은 또한 논의에서 IAEA가 이미 작년 11월 회의에서도 이란을 공개 비난했다는 점을 짚었다고 한다.

다만 결의안 채택과 관련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황이라고 WSJ은 전했다.

앞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일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가장 효율적일지 파트너들과 긴밀히 상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이 미국의 동의 없이 결의안을 밀고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추후 IAEA가 명백한 결론을 내릴 경우 임시 이사회를 열 가능성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이란 핵 구상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가능성은 희박해지면서 이러한 마찰이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일부 유럽 외교 당국자들은 지난 1년간 미국이 이란 핵 합의 복원을 위한 정치적 비용은 물론이고 이란의 핵 활동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리스크도 감당하지 않으려 했다고 비판해 왔다.

미 안보 싱크탱크 핵위협방지구상(NTI) 에릭 브루어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이 84%에 이른 게 우연이든 아니든, 무기 제조 수준과 가까워지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는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핵 문제를 두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이견을 노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WSJ은 지적했다.

작년 3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 등이 이란과 오스트리아 빈에 모여 핵 합의 복원 협상을 벌일 때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이란이 대화 중인 상황에서 먼저 회의장을 떠난 바 있다.

당시 유럽 대표들은 미국과 이란이 진정으로 협상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난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