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강제동원과 관련한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 참여 여부를 놓고 한·일 양국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일 외교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이 ‘강제동원’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재단에 기부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우리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당시 외교부는 한·일 기업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재단이 피해자들에게 강제징용 배상 판결금을 대납하는 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협상 과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 측 안을 수용했을 때 자민당 내부 반발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대양주국장이 지난 주말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국은 협상 여부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당국 각 급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긴밀하게 협의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양국 간 실무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양국 정상의 관계 개선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우리는 한·일 양국이 과거사 이슈를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길 권고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과거사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자는 양국 정상의 의지와 거리가 있다. 윤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