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한 뒤 연단을 내려와 졸업생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한 뒤 연단을 내려와 졸업생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기획재정부에 “내수 활성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재정 긴축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내수 부양책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고물가, 고금리 과점체제 부작용으로 서민이 많이 어렵다”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尹 정부 첫 내수 부양책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 인상과 고금리 등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뿐 아니라 일부 대기업까지 영업 활동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내수 경기 부진이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선제적으로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전 부처를 상대로 내수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받을 예정”이라며 “앞으로 기재부가 관련 부처들과 협의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방안 △부동산 거래 활성화 △관광·레저 촉진 정책 등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 진작과 관련해서는 각종 감세 대책도 검토될 전망이다.

다만 경제부처 일각에선 내수 부양책이 자칫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이 선심성 대책을 쏟아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에 대해 “아직 거론할 단계는 아니다”며 “예산 집행을 상반기로 앞당기는 방안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논란에 대해 참모들에게 “전 정부의 약속이라도 국가의 약속”이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도로공사와 민간기업이 수도권 국민을 위한 접점을 조속히 강구하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학교폭력 근절대책 마련하라”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세대 신촌캠퍼스 대강당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졸업식)에도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연세대 졸업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기득권 카르텔을 깨고 더 자유롭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고 함께 실천할 때 혁신은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에는 기득권의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우리가 이를 극복할 의지와 용기를 가지고 있을 때 혁신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보다 앞서간 나라들의 혁신 사례를 치밀하게 연구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우리 제도를 혁신 선진국들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일방적, 지속적 학교폭력은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며 “산업현장의 법치를 세우는 것처럼 교육현장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간 질서와 준법정신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밝혔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