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마치고 주먹을 들어 졸업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마치고 주먹을 들어 졸업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연세의 교정은 제게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아버지의 연구실에서 방학 숙제를 하고 수학 문제도 풀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이 자리에서 여러분의 성취를 축하하게 된 것은 제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연세대 졸업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연세대는 윤 대통령의 부친인 윤기중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92)가 1968년부터 1997년까지 교수로 재직한 인연이 있다. 윤 대통령은 학창 시절 연세대 인근인 연희동에 거주했지만 서울대에서 학부(법학과)와 대학원을 다녔다.

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연세대와의 인연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아름다운 연세의 교정에서 고민과 사색에 흠뻑 빠졌고 많은 연세인들과 각별한 우정을 나눴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1980년대 초반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함께 연세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먼저 서울대 법대 2년 선배인 권 장관에게 “형님, 이왕 공부할 거면 연세대 도서관에서 같이 하시죠”라고 권했다고 한다.

이날 윤 대통령의 졸업식 축사 일정은 경호상 문제 등을 이유로 현장에 있던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는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다. 사회를 맡은 연세대 교목실장이 도중에 갑자기 “이어지는 순서는 순서지에 없는 특별한 순서”라며 “오늘 아주 특별한 분께서 연세인 여러분, 졸업생 여러분을 축하하고 격려해 주기 위해 우리 연세에 방문해 주셨다”고 운을 뗐다.

잠시 후 윤 대통령이 연단에 등장하자 청중들 사이에서는 ‘어?’ ‘오와!’ ‘헐’ ‘뭐야!’ 등 탄성과 웅성거림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기득권 카르텔을 깨기 위한 혁신’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혁신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나라들을 보라”며 “자유와 창의가 존중되고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곳에서 혁신이 탄생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보다 앞서간 나라들의 혁신 사례를 치밀하게 연구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우리 제도를 혁신 선진국들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혁신에는 기득권의 저항이 따르게 돼 있다”면서 “기득권 카르텔을 깨고 더 자유롭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고 함께 실천할 때 혁신은 이뤄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혁신의 장애물로는 ‘반지성주의’를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공정을 담보하는 법이 짓밟히고, 과학과 진리에 위배되는 반지성주의가 판치고, 기득권 카르텔의 부당한 지대추구가 방치된다면 어떻게 혁신을 기대하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마치고 졸업생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마치고 졸업생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대(노동·교육·연금) 개혁’ 추진 필요성을 설파했다. 3대 개혁의 과제로는 △산업현장의 노사법치 확립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조성 △교육과 돌봄의 국가 책임 강화 △더욱 공정하고 다양한 교육 기회 보장 △첨단 과학기술 인재 양성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연금 시스템 추진 등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의 3대 개혁은 우리 사회를 더욱 활기차게 하고 여러분의 꿈과 도전에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것”이라며 “저와 정부는 여러분이 미래를 꿈꾸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더 자유롭고 공정하게 바꾸고 개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